'레이블 시스템'이 뭐길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사명 변경을 놓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팬,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빅히트가 오는 3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하이브(HYBE)로 변경한다고 발표하면서다. 빅히트는 오는 19일 이와 관련해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기로 했다. “회사의 새로운 상호와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반에 대해 소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이번 설명회 개최는 사명 변경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투자자 및 팬들은 "기존 이름인 빅히트로 세계 시장에서 쌓은 인지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대해 빅히트는 19일 설명회에서 BTS가 여전히 ‘빅히트’ 레이블 소속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상세히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로 이름을 바꾸는데 BTS는 여전히 빅히트 소속이라니, 아티스트들의 소속사 관련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음악 팬이 아니라면 이런 설명을 언뜻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레이블 시스템’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어렵지 않다.
레이블 시스템은 쉽게 말해 가수 관리 및 각종 기획(기획사)과 음반 제조 및 유통(레이블)을 분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 BTS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밑에 있는 빅히트레이블 소속이지만, 사명이 바뀌게 되면 하이브 밑에 있는 빅히트 레이블 소속이 된다. 이런 시스템은 음반산업 규모가 큰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예를 들어 에미넴은 자신이 직접 만든 레이블 '셰이디 레코드'를 통해 앨범을 발매하고 있지만, 셰이디 레코드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산하에 있다.
오랫동안 기획사와 레이블 개념을 혼용했던 한국에서도 레이블 시스템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각 음악의 개성을 살린 브랜드 이미징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예컨대 한 기획사에 힙합과 메탈 장르, 부드러운 발라드가 공존한다면 브랜드 이미지도 희미하고 각 아티스트의 개성도 묻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를 여러 레이블로 분리하면 한 기획사 안에서도 다양한 음악적 색채가 공존할 수 있게 된다. 빅히트(회사) 역시 빅히트(레이블)는 BTS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보이그룹 위주로 운영하고, 쏘스뮤직 레이블은 여자친구 등 걸그룹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 확장 위해 꾸준히 준비
빅히트의 사명 변경은 '엔터테인먼트 외길' 이미지에서 탈피해 IT 플랫폼 등으로 사업 확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많다. 빅히트는 2019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하이브 관련 상표를 출원하는 등 사명 변경을 꾸준히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자사의 독립법인인 수퍼브가 출시한 'Rhythm Hive(리듬하이브)' 게임에도 철자는 다르지만 같은 명칭이 사용됐다. 리듬하이브는 빅히트 소속 아티스트들의 IP를 활용한 리듬 게임이다.빅히트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도 일부 변경하기로 했다. 기존 '전자상거래 및 관련 유통업'이 '각호에 관련된 전자상거래 및 관련 유통업'으로 달라지고, '부동산임대업'이 추가된다. 빅히트는 "자회사에 연습실 및 부대공간 임대를 하기 위해 사업 목적을 추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관은 오는 정기 주주총회 당일인 오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