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어' 그레그 노먼(호주)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나타나기 전에는 세계 최고의 골프 선수였다.

세계랭킹 1위를 331주 동안 지켰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승을 포함해 전 세계 프로 대회에서 88승을 쓸어 담았다.

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메이저대회에서는 기량과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디오픈에서 2차례 우승했지만 US오픈과 PGA챔피언십, 마스터스에서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특히 3차례 준우승과 세 차례 3위를 한 마스터스는 노먼에게는 악몽이었다.

1996년 마스터스에서 노먼은 최종 라운드에서 닉 팔도(잉글랜드)에게 6타차 앞섰지만, 78타를 쳐 역전패를 당했다.

마스터스를 포함한 메이저대회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역전패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노먼이 맨 먼저 거론되는 이유다.

은퇴한 뒤에도 골프 코스 설계를 비롯한 골프 관련 사업과 중계방송 해설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인 노먼은 2009년 이후 마스터스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메이저대회 때는 선수가 아니라도 종종 경기장을 찾았던 그가 유독 마스터스를 외면한 까닭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노먼이 올해 마스터스 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방문한다고 11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밝혔다.

노먼은 미국 위성 라디오 시리우스 XM의 마스터스 중계방송 해설자로 나선다.

TV 시대가 열린 이후 라디오 방송이 메이저대회 중계방송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먼은 "오거스타는 세상에서,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장소"라면서 "23차례 이곳에서 경기한 경험을 활용해 청취자들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경기 상황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마스터스는 4월 8일 개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