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과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리듬에 몸이 절로 들썩이고, '여보 나리 여보 나리'가 반복되는 가사는 중독적으로 입가에 맴돈다.
애절한 판소리 대목을 강력한 '훅 송'으로 변신시킨 것은 역시나 밴드 이날치의 솜씨. 이날치는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으로 지난해 '1일 1범' 열풍을 일으키며 전국민적 화제를 모았다.
히트곡 '범 내려온다'가 수록된 정규 1집 '수궁가' 이후 이들이 어떤 음악을 내놓을지도 관심이었다.
이날치가 최근 발매한 싱글 '여보나리'는 수궁가 이야기의 연장이자, 이들의 장기인 '반전의 묘미'가 십분 발휘된 노래다.
전통음악과 팝, 비극과 희극, 애절함과 흥 등 이질적 요소 사이에서 유연하게 줄을 타며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이날치의 '여보나리'는 찰리 채플린의 콧수염 같은 재미가 있다.
가만히 리듬에 맞춰 듣다 보면 거대한 비극도 살랑살랑 콧바람 간지러운 희극이 된다.
" 최근 서면으로 만난 이날치 소리꾼 안이호의 말이다.
◇"신곡 '여보나리', 농담이 진담 됐죠" '여보나리'의 아이디어는 한 공연 뒤풀이에서 시작됐다.
함께 서면 인터뷰에 응한 소리꾼 권송희는 이렇게 당시를 떠올렸다.
"수궁가로 한 곡을 더 만들어야겠다는 장영규 감독님(베이스)의 의견이 있었다.
수궁가를 이미 다 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잊고 있었다.
'여보나리'를! 농담 삼아 '여보나리 여보나리' 가요 버전으로 불러보았는데 농담이 진담이 돼서 시작하게 됐다.
" 안이호는 "이날치의 개그는 권송희로 시작해서 권송희로 끝난다.
이 곡의 심각함에 웃음기를 불어넣은 것도 권송희"라며 "그 리듬에 이 대목을 붙여야겠다는 상상은 나 같은 범인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보탰다.
의외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은 '범 내려온다'와도 비슷하다.
'범 내려온다'에서 별주부는 토끼('토생원')를 부르려다 그만 턱에 힘이 빠져 "호생원∼"이라고 호랑이를 불러 위기에 처한다.
'여보나리'에서는 육지행을 만류하는 아내에게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남생이를 경계하라고 난데없이 당부하며 속내를 드러낸다.
안이호는 "사실 수궁가가 상당히 심각하고 진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유쾌한 것이 또 수궁가"라며 "사뭇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그 사이 어딘가의 유쾌함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소리의 익살과 해학을 팝적인 사운드 안에서 풀어내려면 섬세한 작법이 필요했을 터. 권송희는 "자칫 잘못하면 뉘앙스가 가벼워질 수 있기 때문에 코러스 소리꾼들은 기본 키(key)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학이 너무 드러나거나 만담처럼 들린다면 한없이 가벼워질 것이고, 극처럼 아니리를 한다면 크게 매력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 점을 잘 조율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통음악에 담장 낮아졌단 평가 반가워" 이날치를 이루는 소리꾼 4명과 연주자 3명은 대중음악계와 국악계에서 저마다 활약해왔다.
아방가르드 팝 듀오 '어어부 프로젝트'와 민요 록밴드 '씽씽'에서 활동하고 영화 '타짜'·'곡성'·'부산행' 등의 음악감독을 맡은 베이스 장영규를 주축으로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 베이시스트 정중엽, '씽씽'의 드러머 이철희, 소리꾼 권송희·신유진·안이호·이나래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의기투합했다.
2019년 데뷔 무대를 가진 후 여러 공연에 서며 입소문을 탄 이들의 인기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협업한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 및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을 통해 그야말로 폭발했다.
최근에는 예능부터 시사교양까지 각종 방송, 음악 시상식, 광고 등 종횡무진 활동 반경을 넓혔지만 "그 모든 순간이 아직 신기하고 얼떨떨하다"(안이호)고. 권송희는 "'국악한마당'부터 다큐멘터리까지 경계 없이 다양한 영역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특별하고,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치는 낯선 음악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히트 공식 바깥에서 대중적 반향을 일으키고 음악적 호평도 받았다.
이날치 음악의 힘은 무엇이냐고 묻자 안이호는 "일련의 작업을 함께한 사람들의 고마운 정성이 모이고 모인 결과"라고 답했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한국관광공사와 HS 애드, 온스테이지 등 오늘의 이날치가 있기까지 함께한 많은 분들은 물론이고 그분들과의 작업의 결과물들 또한 너무나 훌륭했다"고 공을 돌린 그는 "낯섦과 익숙함의 사이의 유쾌함을 음악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지점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치의 인기는 전통음악을 둘러싼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날치는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생존 가능한 음악시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도 '시장'이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아주 미약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상업음악 시장에서의 전통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담장이 낮아진 것 같다는 평가는 아주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라는 소회를 전했다.
이날치는 스스로를 '얼터너티브 팝 밴드'로 정의한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재즈&크로스오버 음반'과 '모던록 노래' 부문에 모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이날치 음악이 장르 경계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이들이 들려줄 음악 역시 "규정과 경계가 의미 없는" 대안적 팝일 것이다.
안이호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로서 좀 더 '얼터너티브'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며 "아직 정확한 상은 없지만 '안정적인' 판소리로 '이상한' 팝을 했으니 다음에는 '이상한' 판소리로 '이상한' 팝을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고 전했다.
사람과 AI가 함께 창작하는 새로운 개념의 음악 프로젝트가 시작된다.가요 기획·제작사 소나무뮤직은 "'휴머닉스 뮤직(HUMANICS MUSIC)' 프로젝트로 사람과 AI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탐구한다"고 17일 밝혔다. '휴머닉스'는 '사람(Human)'과 '기술(Technics)'의 합성어로, AI가 단순히 음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을 돕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에는 가수 이동은, 풀잎, 류진이 참여해 AI와 음악 작업을 펼친 끝에 곡을 완성했다.작업 과정에서 AI는 작곡 모티브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고, 최종적인 곡 완성은 뮤지션 창작자의 몫이었다. 뮤지션이 곡의 감성과 가사를 기획하면, AI가 초기 멜로디와 코드 진행을 생성하고, 창작자는 이를 분석해 곡의 방향을 설정하고 편곡과 수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프료듀서를 맡은 이동은은 "AI는 단순한 창작 도구일 뿐 음악의 깊이와 감성을 완성하는 것은 뮤지션의 작업을 통해 이루어져 감성과 메시지의 완성은 오롯이 뮤지션의 손길을 통해 다듬어졌다"고 밝혔다.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휴머닉스 뮤직'의 첫 번째 앨범 '더 비기닝 오브 컴포트(The Beginning of Comfort)'에는 정아로, 위수, 이동은, 찬울, 개똥, 유영웅 등 인디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위로의 감성을 담은 총 7개의 곡이 수록된다.개성 있는 음악적 색채를 띠면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곡들로 구성돼 AI와 뮤지션이 함께한 새로운 음악 창작 방식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지난 15일부터 문화 예술 펀딩 커뮤니티 텀블벅 통해 후원 방식으로 한정판 CD가 추후 제공된다. 오는 26일부
신인 그룹 키키(KiiiKiii)가 프리 데뷔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지난달 16일 키키(지유·이솔·수이·하음·키야)는 멤버들에 대한 정보와 티징 없이 데뷔 앨범 '언컷 젬(UNCUT GEM)'의 타이틀곡 '아이 두 미(I DO ME)'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하는 예상치 못한 프로모션을 펼치며 강렬한 시작을 알렸다. 선공개한 '아이 두 미' 뮤직비디오는 대자연을 담은 자유로운 콘셉트와 중독성 강한 음악, 멤버들의 개성 강한 보컬까지 어우러져 키키의 정형화 되지 않은 매력을 보여줬다. 공개 직후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며 12시간 만에 국내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등극, 4일 연속 인기 급상승 뮤직비디오 1위를 지켰다. 이어 QQ뮤직과 라인 뮤직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이후 키키는 '언컷 젬'의 수록곡 '데뷔 송(DEBUT SONG)' 뮤직비디오로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독특한 효과와 레트로한 자막으로 많은 이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생일 축하 멜로디를 차용해 데뷔를 자축하는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분 좋은 충격을 선사하며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장악, 12시간 만에 또 다시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압도적인 화제성에 쐐기를 박았다.음악방송과 각종 콘텐츠에서도 키키의 활약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첫 '아이 두 미' 음악방송 무대부터 과감하게 라이브를 선보인 이들은 무대를 거듭할수록 뛰어난 라이브 실력과 독보적인 보컬을 드러냈고, 3주 동안 유니크한 콘셉트 소화력,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며 '괴물 신인' 다운 행보를 이었다. 첫 라디오 데뷔도 성공적이었다. 지난 3일 키키는 SBS 라디오 파워FM
그룹 더윈드(The Wind)가 '온리 원(Only One)'으로 청량 스펙트럼을 넓힌다.더윈드(김희수·타나톤·최한빈·박하유찬·안찬원·장현준)는 17일 두 번째 싱글 앨범 '온리 원 스토리(Only One Story)' 발매 기념 일문일답을 통해 컴백 소감과 관전 포인트를 직접 전했다.타이틀곡 '온리 원'으로 돌아오는 더윈드는 "파격 변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진 부분이 많기에 더욱 빨리 활동하고픈 마음이다. 많은 분들에게 더윈드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드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아련하면서 청량한 콘셉트에 걸맞은 표현력, 성숙해진 매력과 돈독해진 팀워크를 성장한 지점으로 꼽았다.완성도 있는 음원과 무대로 커리어 상승세를 견인해온 더윈드는 이번 '온리 원' 활동으로 한층 큰 폭의 변화를 보여준다. 스타일링부터 풋풋했던 교복을 벗고 멋스러운 제복 착장으로 변신해 자신들만의 청량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는 포부다. 멤버들은 "멋있고 여유롭게 곡을 풀어내는 과정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빠른 전개가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봄바람처럼 기분 좋은 힐링을 몰고 올 더윈드의 싱글 2집 '온리 원 스토리'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 다음은 더윈드 멤버들과 일문일답 전문Q1. 5개월 만에 발매하는 새 앨범입니다. 2025년 첫 컴백 활동에 나서는 소감이 어떤가요?(김희수) 우선 5개월 만에 저희 팬분들, 위즈를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행복하고요. 항상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긴 했지만 이번 앨범이야말로 파격 변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