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입자들의 스타카토…반짝임, 흐름, 슬픔 - 최정례(1955~2021)
반짝이는 것과
흘러가는 것이
한 몸이 되어 흐르는 줄은 몰랐다

강물이 영원의 몸이라면
반짝임은 그 영원의 입자들

당신은 죽었는데 흐르고 있고
아직 삶이 있는 나는
반짝임을 바라보며 서 있다

의미가 있는 걸까
의미가 없는 걸까
무심한 격랑과 무차별 속으로
강물이 흘러간다

시집 《빛그물》(창비) 中

영원히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까요. 산다는 것의 의미와 무의미 사이 무심히 흐르는 세월 속에 시인은 올해 1월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시인이 남긴 단어들은 세상에 남아 오랫동안 반짝이겠지요. 강물에 마모되어 반질반질 닳아가는, 시인의 이야기를 손에 쥐고서 걸어가 봅니다. 그래도 우리는 삶의 기쁨을 믿으며 계속 나아가야겠지요. 빛나는 밤하늘과 흐르는 강물 사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조용한 응시 속에서요.

주민현 시인(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