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분석가 김학균 "촛불의 사회정치 의식이 증시에서도 표출"
"개인들의 집중투자 경향은 하락장서 큰 손실 위험"

"동학개미의 응집력, 쏠림이지만 집단지성이죠"
과거 우리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언제나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먹잇감이었다.

자본시장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정보와 자금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공매도 제도에서 보듯 게임의 틀도 개인투자자는 배제된 채 정부와 기관투자자가 시장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자기들 입맛에 맞게 만들었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19 발발 이후 주식시장이 죽었다가 살아나고 전대미문의 3,000선을 넘어서기까지 개미들은 무서운 응집력으로 시장을 주도했다.

역사적 초저금리 속에서 마르지 않는 실탄이 원동력이었다.

이제 개미들은 그 자체가 권력이 되어 정치인들을 움직이고 정부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런 개미투자자들이 어떻게 태동했고, 우리 자본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짚어보기 위해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25년간 주식시장에서 내공을 쌓은 김 리서치센터장은 차분하고 냉정하며 논리적인 증시 분석으로 정평있는 베테랑 애널리스트다.


흩어지기 쉬운 불특정 다수이면서도 강력한 응집력을 보이는 동학개미는 어떤 성향의 집단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촛불 광장에서 목도했던 사회정치적 움직임이 주식시장에도 나타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공정과 형평에 민감하고 민주적 가치를 중시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SNS 등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집단적 의사표시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리서치센터장은 "SNS를 매개로 한 개인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은 나쁘게 말하면 쏠림이지만 좋게 말하면 집단지성"이라고 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동학개미의 힘이 어디서 나오느냐는 물음에는 자금력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자본시장에서의 민주주의는 정치적 민주주의와는 달리 1주 1표로,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들 순으로 발언권이 높은데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동원력이 강해지면서 말발도 세진 것"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작년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은 상당히 커졌는데 그 정도가 아주 드라마틱하다"고 했다.

그는 "작년 코로나 발발 이후 지난달까지 증시에 유입된 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자금이 100조원인데 이는 아주 엄청나게 많이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동학개미가 기관이나 외국인들과 자웅을 겨룰만한 실탄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동학개미의 응집력, 쏠림이지만 집단지성이죠"
◇ "분산 아닌 집중투자 경향은 하락장서 큰 손실 우려"
마치 인해전술을 하듯 개미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리는 배경에 대해 김 센터장은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 년간 금리가 계속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의 금리 수준은 우리 경제 여건에서 더는 내려갈 수 없는 임계치"라고 했다.

그는 "지금 은행에 1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10억원을 맡기면 한 달 이자로 45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래서는 저축으로 재산 증식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게 트리거가 돼 사람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돈이 증시로 꾸역꾸역 유입되는 또 하나의 이유로 부동산을 들었다.

"주식은 안 해도 살 수 있지만 집 없이는 살 수 없는데, 전셋값도 집값도 너무 많이 올라 아무리 직업이 좋은 사람도 부모 찬스가 없이는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게 됐다"며 "정부 정책으로 대출까지 막혀 레버리지를 일으키기도 힘들어지는 등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본능적으로 증시에 돈을 넣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위적 저금리는 이자를 받아야 할 가계의 부가 기업과 정부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므로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 "이게 구조적인 머니무브라면 이자가 거의 없는 예금이 1천931조원(작년 9월말 기준)이나 대기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증시로 더 들어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개인투자자는 분산을 하지 않고 쏠림이 심한 집중 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상승장에서는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하락장에서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