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앨범 '장필순 리마인즈 조동진'…"내안의 방 재배치한 시간"
고(故) 조동진의 노래들을 다시 부른 앨범 제목에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은 'Reminds'라는 표현을 썼다.

'장필순 리마인즈(Reminds) 조동진'.
제목처럼 앨범 속 장필순의 목소리는 많은 이야기 대신 그저 조용히 상기시키는 듯하다.

그는 떠났지만, 이렇게 귀한 노래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고.
"사실 이 앨범은 추모앨범도 헌정 앨범도 아닌, 앨범 타이틀이 말해주듯 선배님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주고픈 그런 의미의 앨범이거든요.

" 최근 서면으로 만난 장필순의 말이다.

지난 2017년 8월 암으로 작고한 조동진은 한국 포크 음악의 대부이자 장필순이 속한 1990년대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의 버팀목이었다.

장필순에게는 음악의 스승인 동시에 가족이었다.

조동진의 동생이자 장필순의 동반자인 조동익이 이 음반의 연주와 편곡, 믹싱, 마스터링을 맡았다.

"저와 조동익 씨에겐 가족이기도 하지만 음악을 하면서 가장 큰 힘과 의지가 돼주셨던 분이셨죠. 조동진 선배님의 노래들만으로 채워진 앨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실 줄은…"
그는 "돌아가시고 난 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에 추모 공연도 계획이 취소되고 그때쯤 앨범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세상에 나온 '장필순 리마인즈 조동진'에는 선배 뮤지션의 깊은 자취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닿기 위한 장필순과 조동익의 노력이 순도 높은 결정체로 맺혀 있다.

장필순은 어떤 기교도 없이 시종 나직하게 말하듯 조동진의 노랫말을 들려준다.

조동익이 편곡한 사운드는 단출하고 고요하다.

조동진의 멜로디와 노랫말을 원곡에 가깝게 전달하는 것이 이들에게 가장 중요했다.

장필순은 "항상 선배님이 지향하시던 아름다움… 거기에 조동익 씨와 함께 미니멀 사운드의 매력을 더해갔다"며 "피아노를 중심으로 기계적인 소리를 최소화했고 그 안에서 자연의 소리나 느낌들을 담아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수록곡 10트랙에는 조동진의 널리 알려진 곡과 숨겨진 명곡이 공존한다.

"먼저 둘이 좋아하는 곡을 1집에서 4집 중에서 추려보았습니다.

그 이후의 앨범은 아직 저희가 손대는 게 조심스러워서요.

널리 알려진 곡, '제비꽃'과 '나뭇잎 사이로'는 앨범에 담기는 다른 곡들과의 조화, 조동익 씨의 새로운 편곡이 잘 어울려 망설임 없이 담게 되었습니다.

"
타이틀곡 '슬픔이 너의 가슴에'와 '먼 길 돌아오며'는 장필순이 음악 활동을 하며 힘들었을 때 위로를 받았던 곡이기도 하다.

장필순은 "노래를 시작하면서 20대 초반에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오해도, 미움도, 서러움도 많았다"며 "특히 제가 노래하는 공간은 거의 남자들이었는데 선배님들이 아껴주고 귀여움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론 참 강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힘들 때마다 그를 안아줬던 곡이 '슬픔이 너의 가슴에'다.

'후회하고 다짐할 일 / 바람 속에 묻어두고 / 우리 서로 이 밤을 / 가슴에 안으리'라고 노래하는 '먼 길 돌아오며'는 "바쁘고 정신없는 삶에서 느림의 멋을 배운 노래"라고 그는 전했다.

이번 앨범 작업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장필순은 "녹음 작업 내내 저희 둘과 저희 반려견들 여섯 아이가 함께였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유일하게 유기견이 아니라 아기 때부터 키운 골든레트리버 '개똥이'는 녹음 작업 중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는 "조동진 선배님이 많이 이뻐해 주시던 녀석이었다"고 회상했다.

조동진의 음악과 삶의 궤적을 오랜 시간 지켜본 장필순에게도 이번 작업은 각별한 의미였다.

"자신의 음악처럼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저 자신 안의 방들을 하나하나 재배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음을 더 비우고…더 느리게 사는 법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
그는 "세상에 위로가 되고, 좀 더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지켜주는 그런 노래들이 있다"며 "조동진 선배님의 노래가 제게 그런 음악이었고 이 노래를 몰랐던 분들이 듣는다면 제게 그렇듯 팍팍해진 마음을 안아주는 음악일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자신 역시 후배들에게, 또 듣는 이들에게 "따뜻한 힘을 주고,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작은 불씨"를 멜로디와 노랫말로 전해주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제주로 이주해 16년 이상 살아가고 있는 장필순은 제주의 자연이 소중히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난해 11월 싱글 '소랑'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그저 바라는 건 더 이상의 파괴는 없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아끼는 제주도라는 섬이 더 사랑받고 그만큼 자연이 대우받기를 바랄 뿐이고, 제주에 유기되는 반려동물들이 사라지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