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밴드 악단광칠이 네이버 온스테이지 ‘온픽’ 무대에서 2집 타이틀곡 ‘노자노자’를 부르고 있다.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국악밴드 악단광칠이 네이버 온스테이지 ‘온픽’ 무대에서 2집 타이틀곡 ‘노자노자’를 부르고 있다.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노자 노자 중요한 건 마음의 나이~춤을 출 줄 아는 영혼의 나이~.”

색동저고리를 입은 소리꾼 셋의 화음이 간드러지는 생황 선율과 어우러진다. 음악이 묘하다. 멜로디는 살풀이인데 가사는 현대적이다. 취업,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같은 현대인들의 불만과 일상이 노랫말로 이어진다. 국악밴드 악단광칠의 ‘노자노자’의 한 장면이다.

올해 ‘범 내려온다’ 열풍을 일으킨 이날치에 이어 국악밴드 ‘악단광칠’의 인기 상승세가 가파르다. 디지털 플랫폼을 넘어 지상파로까지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노자노자’ 공연 영상은 지난 18일 네이버 온스테이지 10주년 프로젝트 ‘온픽’에 뽑혔다. 네이버문화재단이 시청자 설문조사를 통해 뽑은 7개 팀 가운데 ‘온스테이지여서 만날 수 있는 뮤지션’에 선정됐다. 10년 동안 출연했던 500여 개 팀을 제친 것이다.

악단광칠은 2015년 정가악회에 모인 김약대(대금), 이만월(피리·생황), 그레이스 박(아쟁), 원먼동마루(가야금), 전궁달(타악), 선우바라바라밤(타악) 등 국악기 연주자 6명과 3명의 소리꾼(홍옥, 월선, 명월)으로 꾸린 국악밴드다. 악단광칠의 보컬 홍옥과 대금 연주자 김약대는 “어떻게 하면 국악이 어떤 무대에서든 빛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2017년 첫 음반 ‘악단광칠’을 통해 이들이 선보인 음악은 황해지방 무속요다. 대표곡은 ‘영정거리’. 황해도 굿 중 하나로 영정(영혼)을 불러 질병과 액운을 몰아내는 거리다. 거리는 살풀이 굿 중 한 마당을 일컫는다. 보컬을 맡은 멤버들이 황해도 만신 이용녀와 같은 무대에 꾸리기도 했다. 홍옥은 “선생님께서 저희 노래를 듣고 ‘큰 무당이 되겠다’고 했다”며 “전통 굿 대신 현대적으로 해석했지만 호평해주셨다”고 했다.

하지만 첫 음반을 낸 뒤의 공연장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무명인 데다 잘 어울릴 만한 무대를 찾기도 어려웠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홍대 클럽은 물론 노인정, 동네 축제 등 가리지 않고 연주했다. 홍옥은 “첫 반응은 모호했다. 콘셉트를 맞추지 못한 채 연주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대중이 열광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황해굿 ‘영정거리’가 입소문을 탔다. 영정거리의 조회 수는 23일 현재 109만 회를 넘었다. 김약대는 “무대 조명, 의상 등 시각적인 요소를 갖춘 효과가 컸다”며 “네이버와 유튜브 등 두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게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유튜브에서 스타가 되자 해외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세계음악박람회(Womex) 무대에 섰다.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음악 축제다. 올해는 영국 워마드(Womad), 덴마크 로스킬데음악축제 등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무산됐다.

지나친 파격과 변형이 전통을 훼손한다는 비판에 대한 생각도 뚜렷하다. 김약대는 “국악을 음악의 재료로 쓰더라도 현대인과 마주할 수 있어야 전통의 맥을 이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익숙한 소재로 파격을 시도한 악단광칠은 앞으로 자신들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내세울 생각이다. 김약대는 “국악기만 쓰다 보니 음향 시스템에 다 들어가지 못한 소리가 많다”며 “굿의 노래들을 단순화하는 작업을 통해 팝의 대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