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자원 수혈 기회 놓쳐…"구단이 지출 가능한 최대 금액이었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정수빈(30)이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와 계약하면서 한화 이글스의 상황이 암울해졌다.

한화는 올해 스토브리그가 열리기 전부터 정수빈을 영입 대상 1순위로 점찍고 많은 공을 들였지만, 두산과 영입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전력 강화에 실패했다.

한화 구단은 정수빈이 꼭 필요했다.

한화는 정규시즌 막판 30대 이상 주축 야수 다수를 방출하면서 외야에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웠던 주장 이용규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스타 최진행, 김문호, 양성우를 내보냈다.

2019년 113경기에 출전했던 장진혁은 입대했다.

한화는 주전 우익수 브랜든 반즈와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대신 1루수 자원인 라이온 힐리를 영입했다.

1군에서 주전 풀타임 출전 경험이 있는 외야수는 노수광만 남았다.

이런 배경 속에 한화는 정수빈을 잡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한화는 "정수빈에게 계약기간 4년 보장 금액으로만 40억원을 제시했다"며 "이는 보상금과 보상선수 유출까지 고려했을 때 구단이 지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34)가 4년 최대 34억원에 친정팀과 FA 계약을 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한화는 정수빈을 무난하게 잡는 듯했다.

그러나 상황은 갑자기 반전했다.

오재일이 14일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하자 그 여파가 정수빈 계약에 영향을 미쳤다.

야구계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까지 정수빈을 원하는 구단은 한화가 유일했다"며 "그런데 오재일을 놓친 두산이 정수빈을 잡는 데 다시 집중하면서 흐름이 넘어갔다"고 전했다.

두산은 정수빈에게 6년 최대 56억원을 제시했다.

연평균 금액은 한화가 앞서지만, 장기계약 이점이 정수빈의 마음을 흔들었다.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한화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의 팀 분위기 차이도 정수빈의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야구계 관계자는 "한화는 주전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상황"이라며 "정수빈이 한화에 입단했다면 엄청난 부담을 안고 뛰어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야수 전력 강화에 실패한 한화는 일단 기존 선수로 내년 시즌을 치르게 됐다.

한화는 "특정 선수에 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유망주의 경쟁 구도를 확립하겠다"며 "노수광을 주전으로 이동훈, 김지수, 강상원 등이 경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