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우주망원경 14년 치 관측자료로 1만5천년 공전궤도 파악

항성에서 이처럼 멀리 떨어진 대형 행성의 궤도 움직임을 측정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행성은 남십자자리의 쌍성 'HD 106906'에서 지난 2013년에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의 구경 6.5m 마젤란 망원경으로 처음 관측됐지만 궤도 특성까지 파악할 수는 없었다.
이는 현존하는 망원경 중에서는 허블 우주망원경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었는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메이지 응우옌 연구원이 허블 망원경의 14년 치 정밀 관측 자료를 분석해 마침내 행성 궤도의 특성을 밝힌 결과를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 최신호에 발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우주비행센터에 따르면 목성의 11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HD 106906 b는 항성에서 약 1천94억 ㎞ 떨어진 곳에 있다.
이는 태양~지구의 730배가 넘는 거리다.
별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관측한 자료만으로 1만5천년의 궤도를 특정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HD 106906 b가 쌍성 주위를 감싸고 있는 먼지, 파편 원반 너머에서 매우 긴 타원 궤도를 그리며 공전하고, 원반 형태도 이 행성의 중력 영향으로 비대칭적 이상 구조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항성 주변 원반이 태양계의 해왕성 궤도 밖 작은 얼음 천체가 모여있는 '카이퍼 벨트'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9 행성이 카이퍼벨트 밖에서 HD 106906 b와 유사한 타원 궤도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연구 결과는 제9 행성의 궤도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이 행성은 현재 위치보다 훨씬 더 항성에 가까운 태양~지구 3배 거리에서 형성된 뒤 가스 원반의 인력으로 안쪽으로 끌려 들어가다 서로 휘도는 쌍성의 중력 효과로 행성계 거의 끝까지 밀려났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다.
행성계 밖으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것은 지나가던 별이 궤도 안정화 역할을 한 덕분인데, 우리 은하의 3차원(3D) 지도를 만드는 가이아 위성의 자료를 통해 이런 작용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 별도 이미 밝혀진 상태다.
연구팀은 HD 106906 b의 특이 궤도와 관련된 가설이 제9 행성 가설과 닮은 점을 들어 "46억년 전 태양계에서 발생한 현상을 볼 수 있는 타임머신을 가진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제9 행성도 태양계 안쪽에서 형성된 뒤 목성을 비롯한 다른 행성과의 상호작용으로 카이퍼벨트 밖으로 밀려나다 지나가는 별이 궤도를 조정해 안정화했다는 가설을 갖고있다.

응우옌 연구원은 내년에 발사될 차세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가동되면 HD 106906 b보다 더 작은 토성급 행성까지 포착할 수 있어 행성계 안쪽에서 쫓겨난 다른 행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더 오래되고 더 희미한 행성을 볼 수 있게 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