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사제·수도자 3천951인 "검찰개혁, 독점권 포기서 시작"
천주교 사제와 수녀, 수도자들이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낸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수도자 3천951인 선언'에서 "검찰 독립은 검찰의 독점권을 포기할 때 시작될 것"이라며 "공익을 지키기 위해 수고하는 대다수 검사의 명예와 긍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새로 태어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제단은 "권한을 여러 국가기관에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규제하는 사법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라며 "검찰총장이 이런 개혁 방향에 반발함으로써 스스로 최대 걸림돌이 돼 버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의 허물에 대해서는 티끌 같은 일도 사납게 따지면서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해지는 검찰총장의 이중적 태도는 검찰의 고질적 악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권층의 비리와 범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눈감아 주지만, 자신의 이해와 맞지 않으면 어떤 상대라도, 국민이 선출한 최고 권력이라도 거침없이 올가미를 들고 달려드는 통제 불능의 폭력성을 언제까지나 참아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제단은 신앙인과 시민에게도 "코로나 사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때 검찰개혁이라는 숙원을 놓고 분열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정의와 인권을 회복하는데 모든 이가 정성을 다하기를 바라며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선언 명단에는 윤공희·김희중 전·현직 광주대교구장, 강우일 전 제주교구장, 이성효·김종수·옥현진 보좌주교 등 주교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명단에서 빠졌다.

이 밖에 주교 외 사제 926명, 남자수도회에 있는 사제와 수사 227명, 여자수도회 수녀 2천792명이 선언에 함께했다.

국내 천주교 성직자는 5천522명, 남녀 수도자는 1만1천753명이다.

전체의 약 22%가량이 이날 선언에 참여한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