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원자로 헤드 관통관 84개 중 2개 부실 용접 추가 확인…25개는 확인도 어려워"
"문제없다" 한수원 발표 거짓으로 밝혀져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사실로 '파문'
점검을 마치고 가동을 준비하는 중에 갑자기 멈춰 선 한빛원전 5호기의 원자로 헤드가 부실하게 공사 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점검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발표가 거짓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한빛원전 지역사무소는 19일 오전 전남 영광 방사능 방재센터에서 '한빛원전안전협의회'를 열고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 조사 현황을 발표했다.

원안위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 6일까지 진행된 한빛 5호기 계획예방정비 중 원자로 헤드 관통관 2개(39번·67번)를 규격에 맞지 않은 재질로 용접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빛 5호기의 원자로 헤드 관통관 84개를 보수·용접하는 과정에서 '인코넬 690' 재질로 용접해야 하는 부위에 스테인리스 재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기존 한수원이 밝힌 1개(69번) 외에도 추가로 2개가 발견돼 부실하게 공사된 관통관은 현재까지 3개로 늘었다.

작업 현장이 촬영된 CCTV 영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데, 영상 자체가 없었거나 촬영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 확인됐다.

9개는 촬영 영상 상태가 불량해 확인 중이고 16개는 CCTV 각도 등의 문제로 작업 현장이 촬영된 영상 자체가 없었다.

원안위는 불량한 경우(9개)는 한수원을 상대로 경위를 재조사할 방침이다.

영상이 없는 경우(16개)는 다시 복원해 촬영된 부분이 있는지를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다.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인데다 촬영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여서 '부실 공사'된 관통관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통관은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의 삽입통로다.

관통관에 이상이 발생하면 제어봉 삽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핵분열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수원은 기존 인코넬 600 재질이 고온·고압에서 부식과 균열에 취약한 것을 확인하고 이번 정비 기간에 이런 단점을 보완한 인코넬 690 재질로 보강·용접했다.

정비 과정에서 용접 부위로 냉각수가 나오는 현상도 발생했었다.

'부실 공사' 문제는 이번 정비 과정에서 이미 불거진 사안이다.

지난 8월 관통관 69번을 용접할 당시에도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한수원은 당시 잘못 시공된 부위를 다시 인코넬 690 재질로 재용접하고 나머지 관통관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나머지 관통관에는 문제가 없다며 안전성 검사를 거친 뒤 원안위의 승인까지 받아 지난달 6일부터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른 관통관에서도 '부실 공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수원의 발표는 결국 거짓이 됐다.

더욱이 작업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상태마저 불량한 것으로 밝혀져 한수원 기존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빛 5호기는 가동을 준비하는 중에 새롭게 교체한 증기발생기에 문제가 발생해 지난달 26일 원자로가 자동 정지했다.

현재 원인 조사와 안전 점검이 진행 중인데,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문제까지 불거져 재가동이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와 점검이 끝나고 잘못 시공된 부위를 제거한 뒤 다시 공사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3∼4년이 소요되는 원자로 헤드 교체 과정까지 가야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빛 6기(1∼6호기) 중 2기(4·5호기)가 가동이 멈춰 있다.

한빛 3호기는 격납건물 공극(구멍) 문제로 오랜 기간 정비를 하다가 지난 14일 2년 6개월 만에 가동이 재개됐다.

한빛 4호기도 격납건물 공극 문제로 3년 넘게 가동이 멈춰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