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 하천서 고병원성 AI 잇따르며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커져
매주 수요일 '축산 환경·소독의 날'…"들고양이 접근도 위험"

전국 곳곳의 야생조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검출이 잇따르는 가운데 충북도가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는 들쥐와 들고양이의 축사 출입차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이후 전날까지 전국 13곳의 야생조류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고병원성(H5N8형) 4곳, 저병원성 5곳, 나머지 4곳은 검사 중이다.

특히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4곳은 천안 봉강천(10월 21일)과 병천천(11월 3일), 용인 청미천(10월 24일), 이천 복하천(11월 10일)으로 모두 충북과 가깝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닭이 감염됐을 때 1∼2일 만에 80% 이상 폐사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다.

천안 병천천의 경우 병천을 지나 청주 옥산·오송에서 미호천과 합류하는 하천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충북도와 도내 11개 시·군은 AI 전파 방지를 위해 하천 인근지역 방문을 제한하는 한편 들쥐와 들고양이를 퇴치하는 이색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다.

들쥐와 들고양이가 야생조류의 AI 바이러스를 가금류 농가로 전파하는 대표적인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벼 낟알이나 콩 등 곡식이 떨어져 있는 논밭에 AI에 감염된 철새가 내려앉게 되고, 이 철새의 분변을 묻힌 들쥐가 가금류 농가를 드나들면서 AI를 전파하게 된다.

AI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에는 먹을거리가 풍성한 가금류 농가로 들쥐가 몰릴 개연성이 크다.

들고양이도 마찬가지다.

행동반경이 2∼3㎞에 달하는 들고양이는 강변을 어슬렁거리다가 AI 감염 부산물을 뜯어먹거나 밟고 다닌 후 가금류 농가로 들어갈 수 있다.

물가에 떠내려온 AI 감염 부산물을 먹은 들쥐를 들고양이가 잡아먹은 후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16년 12월 경기 포천에서 폐사한 2마리의 고양이 사체에서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도 있다.

이런 위험성을 차단하고자 도내 지자체들은 매주 수요일을 '축산 환경·소독의 날'로 정하고 축사 주변 일제소독과 대대적인 쥐 잡기 활동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예산 범위 내에서 농가들에 쥐약과 쥐덫 구매비도 지원한다.

들고양이는 동물보호법 위반 우려 때문에 함부로 포획할 수는 없지만, 먹이 주는 행위를 일절 금하고 농가 접근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가금류 농가에 서식하는 쥐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고, 들고양이 개체 수 역시 상당하다"며 "쥐·고양이 퇴치 활동은 AI 확산 차단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금류 농가는 방사 사육을 금하고, 특히 종오리 농장은 산란율과 폐사율 변화가 있으면 조속히 신고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검출 장소 반경 10㎞ 이내인 경기 용인·여주·안성·이전, 충남 천안, 세종, 충북 청주 지역 내 철새도래지 통제구간에 축산차량이 진입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