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작업사고로 1시간 정전, 12개 공장 멈춰…재가동 2∼3일 소요
태풍·낙뢰 피해에도 보상 힘들어…복선화 등도 어려워 기업만 속앓이
돌발 사고로 말미암은 정전으로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대형 공장들이 멈춰서는 피해가 또다시 발생했다.

하루 24시간 공정이 연속되는 장치산업 특성에 따라 단시간 정전에도 완전 복구까지 수일이 걸리는 등 기업체 입장에서는 손실이 막대하지만, 보상을 받거나 사고를 방지할 대책은 마땅치 않아 피해가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6일 울산시와 전력공급업체 한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3분께 석유화학공단 내 저류조 설치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작업 중 붐대가 고압 송전선로(155㎸급)에 접근,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송전이 중단됐다.

이 사고로 14개 업체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당일 공장을 가동하지 않던 2개 업체를 제외한 12개 업체가 모두 멈춰 섰다.

전기 공급은 1시간여 만에 재개됐지만, 12개 업체 정상 가동까지는 평균 2∼3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공정은 한번 멈추면 설비 내 원재료가 굳게 된다.

이를 태우거나 밀어내는 방식으로 제거한 뒤 재가동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잠시 공장을 멈췄다가 다시 가동하는 컨베이어 벨트 공정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가동 준비와 생산 차질 등을 고려하면, 업체당 피해액이 최소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태풍 영향으로 선로가 끊어져 9∼10개 기업이 생산 차질을 빚었다.

2014년에도 태풍 때 낙뢰로 정전이 발생해 수백억원대로 추산되는 피해가 났다.

2011년 12월에도 변전소 설비 이상으로 약 16분 동안 정전이 발생해 역시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고를 방지할 대책은 요원한 상태다.

석유화학단지 전기 공급은 '구역전기사업'에 따라 이뤄진다.

구역전기사업은 특정 구역의 수요에 맞게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것으로, 한국전력이 아닌 민간사업자가 발전·송전 주체가 된다.

이에 따라 한주는 4기 터빈에서 생산하는 발전 전력에다 한전에서 받는 수급 전력을 추가해 석유화학단지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전기를 받는 업체는 전기사업자에서만 전력을 받을 수 있으며, 한전에서 따로 전력을 받지는 못한다.

정전 예방을 위해서는 선로 지중화나 복선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비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시설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천재지변이나 사고로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워, 정전 피해 기업들이 보상을 받는 일도 거의 없다.

석유화학공단의 한 입주 기업 관계자는 "언제 발생할지 모를 정전 사고에 마음 졸이고, 피해를 보면 하소연도 못 하고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라면서 "장치산업 특성을 고려해 정전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 마련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