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들에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하고 쓰마무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지즈루가 주연한 2003년 영화로 기억된다.
이듬해 국내에 개봉한 이후 여러 차례 재개봉하며 열성 팬들을 중심으로 한 인기를 증명했다.
장애를 가진 조제와 그를 세상으로 데리고 나온 쓰네오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 더 큰 여운을 남겼다.
영화의 원작은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다나베 세이코가 1985년에 펴낸 동명의 단편 소설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 조감독 출신인 다무라 고타로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이누도 감독이 담아냈던 현실의 남루함과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덜어내고, 밝고 아름다운 꿈과 희망으로 가득 채웠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으며 영화 산업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으로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이 작품을 폐막작으로 선정한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영화제 폐막과 상영을 하루 앞두고 29일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다무라 감독은 "2003년의 실사 영화가 아니라 1985년의 소설을 바탕으로 재탄생한 새로운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소설은 조제와 쓰네오의 관계를 결론 짓지 않고 마무리하고, 영화의 엔딩은 그와 다르다.
이번 애니메이션의 엔딩은 영화의 반대편에 있는 셈이다.

"조제의 강인함과 그 존재감에 무척 끌렸다"는 그는 실사 영화에서는 그려내지 못하는 꿈과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감독은 "집에 틀어박혀 지내며 외부와 차단되어 있던 조제가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하고 소통하는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더 깊이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품 속 조제, 쓰네오와 같은 세대인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1985년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 시대로 무대를 옮겨오며 시대성의 차이를 어떻게 녹여낼지도 고민했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은 부모를 떠나 사회로 나가는, 어른이 되는 문턱에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세상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조제의 모습이 그들의 마음에 와닿지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두가 집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처하니 어느 나라나 어느 세대나 외부에 대한 그리움이 증폭된 시기가 되었네요.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그는 "이렇게 큰 무대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상영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큰 영광"이라며 "영화가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보일 기회를 얻은 건 운이 따랐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인 감독으로서는 차기작을 준비하기에 앞서 데뷔작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더 궁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내년 1월 한국 개봉을 앞두고 "새로운 작품으로 봐 달라"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2003년 영화가 한국에서 아주 큰 사랑과 지지를 받았고 많은 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같은 원작을 재해석한 다른 작품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조제로 받아들이고 보신다면 온전하고 순수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