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하트 시그널' 관광 비행…"코로나 블루 시대 특별한 경험"
인천 떠나 다시 인천에…1시간 30분간 펼쳐진 '하늘 위 이벤트'
"오늘 우리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
23일 오후 4시 10분. 기장의 이채로운 안내방송과 함께 제주항공 B737-800NG 항공기가 활주로를 날아올랐다.

항공기는 이륙 즉시 기수를 돌려 서해안을 따라 남하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군산, 광주, 여수, 사천, 부산, 포항 상공을 비행하고 중간 착륙 없이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오는 여정이었다.

항로를 선으로 연결하면 '하트'(♡) 모양이 된다 해서 '인천 to 인천 하트 시그널'이란 명칭이 붙었다.

이 비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출국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외여행 기분을 느끼려는 여행객들을 위해 제주항공이 출시한 관광 비행 상품이다.

그동안 항공 관련 학과 대학생을 위한 체험 행사 형태의 국내 상공 비행은 여럿 있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런 비행은 처음이라고 제주항공 관계자는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좌석 174석 중 거리두기를 위해 70%가량만 예매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날은 연인과 가족 등 121명이 참여했다.

'하트 시그널' 비행은 여느 항공 여행과 사뭇 달랐다.

엔진 소리 대신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기내가 떠들썩했다.

승무원들이 직접 이벤트 진행 MC로 변신했다.

대형 카드를 이용한 마술을 펼치기도 하고, 호텔 숙박권과 제주항공 항공권·포인트를 경품으로 건 '승무원과의 가위바위보', '퀴즈 게임' 등으로 탑승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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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사이사이 항공기가 주요 지점 상공을 지날 때마다 승무원들은 "부채꼴처럼 생긴 도시가 바로 비빔밥의 고장 전주다", "뾰족한 호미가 생각나는 호미곶이 있는 포항 위를 날아가고 있다" 등의 설명으로 여행 분위기를 띄웠다.

비행 고도를 낮춰 창밖으로 국내 곳곳을 수월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이 비행의 또 다른 묘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약 8천∼1만m 고도에서 비행하는데, 풍경이 잘 보이도록 제트 항공기가 안전상 가장 낮게 날 수 있는 약 6천m 정도로 날고 있다"고 했다.

약 1시간 30분간 쉬지 않고 비행한 항공기는 저녁노을이 내려앉은 서해안으로 돌아와 인천공항에 내려앉았다.

착륙과 동시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부천에서 온 윤하은·윤서은(12) 쌍둥이 자매는 "2년 만에 비행기를 탄다는 기쁨에 아침 일찍 일어났다"며 "코로나 때문에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 예천에 못 갔는데 비행기를 타고 예천 위를 날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날 비행에는 장안대학교 항공관광과 1·2학년 학생 34명이 단체로 참여했다.

2학년 유주원(20) 학생은 "코로나로 항공업계 채용이 거의 사라진 공백기에 오랜만에 공항에도 오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들을 인솔한 강민승(42) 교수는 "학생들 반응이 좋아 비행 참여 신청이 금세 마감됐다"며 "오늘 학생들이 항공사에 대해 직·간접적 경험을 쌓아 향후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재천(47) 제주항공 부사장은 "항공기 내 공간이 이동을 위한 수단뿐 아니라 행사와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하는 공간이 된 것"이라며 "코로나 블루 시대에 하늘 위라는 경이로운 공간에서 특별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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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