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사진=한경DB
송혜교/사진=한경DB
몇몇 중국 언론들이 한국 연예인들을 자국의 민족주의 정치에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방탄소년단(BTS)의 발언을 왜곡하고 때리기에 나섰던 중국 언론이 돌연 송혜교 칭찬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2일 "한국 여배우 송혜교가 20세기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한국 영웅의 조형물을 중국에 기증해 팬들과 대중의 박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앞서 방탄소년단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과 관련해 비판적인 보도를 했던 환구시보의 영문판이다.

송혜교는 지난 21일 청산리 전투 100주년을 기념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의기투합해 중국 해림시 한중우의공원에 김좌진 장군 대형 부조작품을 기증했다. 이번 부조작품은 가로 80cm, 세로 90cm 크기의 청동으로 제작됐으며 한중우의공원 내 백야 김좌진 장군 기념관에 설치될 예정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송혜교의 기부와 김좌진 장군의 일대기에 대해 전하면서 "독립군을 이끌고 1920년 중국의 정보로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했다"며 "1930년 일본 정부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소개했다.

또 "여러 인기 드라마에 출연해 중국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송혜교의 기부는 팬들에게 환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송혜교의 기부에 대한 중국 팬들의 반응은 이달 초 방탄소년단이 한·미관계 관련한 상을 받은 뒤 한국전쟁 관련 발언을 한 것과 크게 대조됐다"고 주장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은 우호적인 한미 관계를 이끌었다는 공을 인정받아 지난 7일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밴플리트상'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은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면서 한미 우호를 강조했는데,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을 무시했다"고 발끈한 것.

환구시보를 비롯해 몇몇 중국 매체들이 "중국 누리꾼들이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라는 발언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이 침략자였음에도 방탄소년단은 미국의 입장에만 맞춰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나선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다.

외신에서는 중국의 과도한 민족주의 성향을 지적하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BTS 문제에 관한 보도와 네티즌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며 "역사를 거울 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중국 내 방탄소년단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었다. 환구시보와 해당 매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 역시 방탄소년단을 비판하는 기사 일부를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송혜교의 기부 기사와 엮어 방탄소년단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뤼차오 샤오닝성 사회과학 연구원 겸 남북한연구센터 수석전문가는 해당 보도에서 "중국인들의 감정을 존중하면 그에 대한 보답으로 여배우(송혜교)에게 감사할 것"이라며 "역사와 정치와 연관된 연예인들의 행동과 태도는 주목을 받는 만큼 그에 대해 언급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면서 속내를 드러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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