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SS는 LG화학 주주들에게 '배터리 사업 물적 분할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최근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한 LG화학의 투자 확대가 회사 재무구조에 부담이 돼 국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며 "향후 신설된 배터리 독립법인은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물적분할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배터리 투자로 회사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LG화학 신용등급을 한단계씩 강등했다. LG화학의 2분기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116.1%, 47.9%까지 치솟았다. 회사는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간 3조원 이상의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ISS는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터리 자회사가 분할 이후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모회사 주가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으나, 반대로 분할을 통해 회사의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주주의 이해 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분할 이후 2022년까지 3년간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을 배당하고, 순이익의 최소 30%를 배당에 쓰겠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ISS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새로운 배당정책을 수립하는 등 주주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치열한 경쟁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회사가 조직 구조를 바꾸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글래스루이스에 이어 ISS까지 찬성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30일로 예정된 LG화학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주총에서 회사 분할 안건을 승인받으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LG화학 지분율은 △LG 30.06% △국민연금 10.28% △외국인 투자자 38.08% 등이다. 남은 약 20%의 지분은 국내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가 약 10%씩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 이후 국민연금은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자문 내용을 참고해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