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의 TV 출연서 압도적 무대…"나라 지킨 건 국민" 거침없는 발언도 화제
KBS 나훈아 콘서트 29%, 부산에서는 40% 근접…시청률도 폭발
'찢청' 입은 70대 歌皇, 와이어액션도…나훈아 안방 홀렸다(종합2보)
"여러분,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겁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마음이 돼 주셔야 합니다.

준비됐죠∼?"
가황(歌皇) 나훈아가 화면 너머 관객에게 묻자 함성이 쏟아져나왔다.

가황은 "가자!" 힘차게 포효하더니 민소매 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변신해 술술술 곡조를 뽑아냈다.

과연 세월이 무색했다.

지난달 30일 KBS 2TV가 방송한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70대에도 빛바래지 않은 그의 가창력과 쇼맨십, 무대연출을 안방에서 감상할 드문 기회였다.

나훈아로서는 15년 만의 안방극장 나들이다.

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콘서트 시청률은 29.0%로 집계됐다.

KBS 2TV 주말드라마 정도를 제외하면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치다.

지역별로는 부산에서 38.0%로 가장 높았고 대구/구미에서 36.9%로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도 30.03%를 기록하며 3개 지역에서 30%대를 돌파했다.

이밖에 수도권에서는 27.2%, 광주에서는 22.4%, 대전에서는 27.2%였다.

'찢청' 입은 70대 歌皇, 와이어액션도…나훈아 안방 홀렸다(종합2보)
◇ 자유자재 절창에 입담…"국민 때문에 목숨건 왕이나 대통령 못봤다"
나훈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해 무보수로 이번 공연에 출연했다.

지난 23일 국내는 물론 일본, 호주, 러시아, 덴마크, 짐바브웨 등에서 관객 1천명이 온라인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을 했다.

올해 일흔셋 나훈아는 장장 2시간 반 동안 29곡을 선사하며 지친 기색도 없이 압도적 카리스마와 에너지로 공연을 끌고 갔다.

음을 밀고 당기고, 꺾고 늘이는 내공은 '소리꾼'이라는 수식어답게 자유자재였다.

때로는 애절하고 간드러지는, 때로는 힘 있는 절창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고향·사랑·인생을 주제로 구성한 총 3부 분량의 공연은 '고향역', '홍시', '사랑', '무시로', '18세 순이', '잡초', '청춘을 돌려다오' 등 나훈아의 대표 히트곡을 망라했다.

'찢청' 입은 70대 歌皇, 와이어액션도…나훈아 안방 홀렸다(종합2보)
지난달 발표한 신보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에 수록된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명자!', '테스형!' 등 신곡 무대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특히 '테스형!'은 소크라테스에게 "세상이 왜 이래", "세월은 또 왜 저래" 묻는 가사로 입소문을 탄 곡. 나훈아는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모른다고 한다"며 "세월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눈빛도 잘 보이지도 않고 우짜면 좋겠노?"라며 비대면의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특유의 무대 매너, 질박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안방을 쥐락펴락했다.

김동건 아나운서와 대화에서는 훈장을 사양한 사연을 털어놓으며 노래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세월의 무게도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엄청나게 무거운데 훈장을 달면 그 무게까지 제가 어떻게 견딥니까.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들고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소신을 드러내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KBS를 향해서는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KBS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책에서도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은 한 사람도 본 적 없다.

나라를 지킨 건 바로 여러분"이라며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찢청' 입은 70대 歌皇, 와이어액션도…나훈아 안방 홀렸다(종합2보)
◇ 국악에서 록까지…무대에 배 띄우고 와이어 액션도
이번 공연은 나훈아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십분 보여줬다.

전통가요 가락을 구성지게 풀어내다 '18세 순이' 등에선 가벼운 몸놀림으로 트위스트를 췄고 '갈무리', '비나리'에서는 감미로운 어쿠스틱 음악을 들려줬다.

하모니카를 연주한 가수 하림이나 피아니스트 진보라, 래퍼 군조 등 후배 뮤지션과도 다채롭게 협연했다.

3부 '인생'은 나훈아가 직접 북을 치며 부른 '잡초' 등 국악 연주자들과의 장대한 앙상블로 시작해 헤비메탈 밴드 '메써드'의 강렬한 록 사운드로 마무리됐다.

압도적 스케일의 무대 연출도 안방으로 옮겨왔다.

나훈아가 지난해 1만석이 넘는 체조경기장에서 사흘간 연 서울 콘서트 티켓은 8분 만에 전석 매진됐는데 유명세의 이유를 시청자에게도 입증한 셈이다.

첫 곡 '고향으로 가는 배'에서 나훈아는 풍랑에 휩싸인 바다 위 뱃머리에 서서 모습을 드러냈다.

와이어를 타고 나는가 하면 과거의 자신을 흑백 화면으로 등장시켜 듀엣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무대 양 옆과 전면을 둘러싼 스크린은 미디어아트 효과를 통해 분위기를 시시각각 전환했다.

'찢청' 입은 70대 歌皇, 와이어액션도…나훈아 안방 홀렸다(종합2보)
나훈아는 청바지부터 핑크빛 재킷, 한복 두루마기 등 다양한 의상을 소화했는데 무대 위에 칸막이를 치고 옷을 갈아입는 파격까지 보였다.

마지막 곡 '사내'는 공연 제목처럼 다시 힘을 내자는 응원으로 맺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형상화한 그래픽이 불길에 '펑펑' 터졌다.

"분명히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한 나훈아는 열창을 마치고 무대 아래로 빨려 들어가더니 바닷속으로 헤엄쳐 빛나는 공을 건져냈다.

그리고 바다 위에 거대한 태극기가 새겨졌다.

가황의 출연에 대기업 등에서 광고가 다수 붙었으나 공연 흐름을 고려한 듯 중간광고는 없었고, 다시보기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번 콘서트는 당일 이른 오전부터 공연 후 심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젊은 층의 관심도 높았고 '테스형!' 등이 실시간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KBS는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는 3일 밤 10시 30분 나훈아와 제작진의 6개월간 공연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을 방송한다.

'찢청' 입은 70대 歌皇, 와이어액션도…나훈아 안방 홀렸다(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