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컵·비닐봉지 줄고 쓰레기양도 급감

"지구 온난화가 당장 해결될 순 없겠지만 나부터 환경보호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어요.

"
경기 부천시에 사는 대학생 최수진(24)씨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를 실천하기 위해 매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일터에 올 때 텀블러를 챙겨 다닌다.

최씨는 최근 전국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안긴 폭우를 기후 위기라고 생각해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했다.

제로웨이스트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포장을 최소화해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캠페인이다.

최근 최씨처럼 친환경 캠페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1주일간 도전해봤다.

제로웨이스트에는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되기 때문에 식자재를 먹을 만큼만 구매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장바구니를 들고 방문한 대형마트는 대파, 양파 같은 채소는 물론 과일까지 대부분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1인 가구를 위해 소분해놓은 식자재도 있었지만 모두 비닐랩과 작은 스티로폼으로 포장돼 있었다.

포장재 없이 원하는 만큼만 식자재를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여 구매를 포기했다.

결국 근처 채소가게로 발길을 돌렸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각종 채소가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어 포장재가 최소한으로 사용된 품목만 골랐다.

하루에 음료를 3잔 이상 마시기 때문에 플라스틱 컵과 빨대도 줄여야 했다.

이를 위해 텀블러와 다회용 실리콘 빨대, 보관용 천 파우치를 챙겨 다녔다.

텀블러를 사용한 덕분에 많은 카페에서 음료값을 할인받기도 했다.

다만 텀블러를 세척할 곳이 마땅치 않아 근처 화장실에서 물로만 헹궈야 하는 점은 불편했다.


점심 식사에도 변화가 생겼다.

평소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떡볶이 등 분식을 주로 시켰지만 무더기로 나오는 일회용품이 떠올라 포기했다.

대신 냄비를 들고 집 근처 식당에 가 찌개를 포장해왔다.

마침 장마 기간이어서 우산이 자주 젖었지만 일회용 비닐 없이 관리해야 했다.

일부 공공기관이나 지하철역 입구에만 우산 빗물 제거기가 비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일회용 우산 비닐 씌우개는 물기 때문에 재활용이 안 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땅에 묻거나 태워야 하므로 사용할 수 없었다.



1주일간 제로웨이스트에 참여한 결과 플라스틱 컵과 빨대 각 20여개, 일회용 비닐봉지 10여개 정도를 줄일 수 있었다.

쓰레기양이 줄다 보니 1주일이면 가득 차던 10L짜리 종량제봉투도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뒷받침 없이는 제로웨이스트가 확산되기 어려운 현실도 인지할 수 있었다.

소비자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고 해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은 다회용품 이용 소비자에게 가격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는 제품을 텀블러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회용품 관련 규제가 느슨해졌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제로웨이스트 확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코로나19로 일회용품이 무조건 위생적이고 안전하다는 생각에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안심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접객업소에 세척과 관련한 안전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생활습관만 바꾸면 가정에서도 쉽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다"며 "고체 샴푸나 설거지 바 사용하기, 비닐랩이 아닌 다회용 천으로 음식 덮어두기, 우산 비닐 대신 우산 집 활용하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