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해수욕장 첫 도입한 '쓰나미 키트'…민간잠수부가 특허 출원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인천광역시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54)씨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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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2시께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가족과 오리 튜브를 타고 놀던 6살 A군은 갑자기 발생한 역파도에 휩쓸렸다.

이안류(離岸流)로도 불리는 역파도는 해안으로 밀려오던 파도가 갑자기 먼 바다 쪽으로 빠르게 되돌아가는 해류여서 성인도 거슬러 헤엄치기 어렵다.

◇ 이안류 휩쓸린 아이, 특수 제작 부표서 6분간 버텨
인천 영종소방서 등에 따르면 A군은 당시 수심이 깊은 먼바다 쪽으로 계속 떠내려갔다.

아이가 떠내려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던 가족은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한동안 떠내려가던 A군은 해수욕장에 설치된 특수 부표에 손이 닿았다.

A군은 무려 6분가량 부표에서 버틴 끝에 제트스키로 출동한 119 대원들에 구조됐다.

[OK!제보] 역파도 휩쓸린 6살 아이, 꽃모양 부표 덕에 극적 구조돼
해수욕장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람 살려'라는 소리를 듣고 사고 현장에 인파가 몰렸지만 물살이 가장 거세지는 사리때(대조기)라 어른들도 바다에 들어갈 엄두를 못 냈다"며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는데 애가 특수 부표를 붙잡아서 살았다.

정말 천운"이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6살 아이가 고사리손으로 6분이나 부표를 붙잡고 버틸 수 있었던 데는 부표에 튜브 모양 부력 벨트 6개가 부착된 점이 도움이 됐다.

이달 초 을왕리해수욕장에 처음 도입된 다목적 안전부표 '쓰나미 키트'는 탄성 높은 재질의 튜브(바디부)와 바디를 감싼 부력 벨트들로 구성돼 꽃 모양을 연상시킨다.

튜브 모양 부력 벨트에 팔목이나 겨드랑이를 낀 채 매달리기만 하면 노약자도 손쉽게 버틸 수 있다.

◇ 민간잠수부 황민선 대장 "구조 소식에 벅차 잠 못자"
쓰나미 키트를 개발한 사람은 베테랑 잠수부인 황민선 한국구조연합회 인천지역대 대장이다.

황 대장은 30년간 성수대교 붕괴, 괌 대한항공(KAL)기 추락, 천안함 침몰 등 크고 작은 사건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쳤다.

[OK!제보] 역파도 휩쓸린 6살 아이, 꽃모양 부표 덕에 극적 구조돼
그는 "쓰나미 키트 덕분에 6살짜리 아이가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벅찬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그동안 쓰나미 현장을 다니면서 구조되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많이 봤는데 어린아이가 살았다는 게 너무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 대장은 "천안함 사고 때 구명장비가 비치돼 있었다면 조류에 떠내려가는 장병들이 살았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아 쓰나미 키트를 발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황 대장은 휴가철이면 급증하는 물놀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쓰나미 키트가 전국 해수욕장에 설치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쓰나미 키트가 개당 150만원 정도로 기존 안전 부표 설치비용인 36만원의 4배에 달하는 점은 부담될 수 있다.

해수욕장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 쓰나미 키트 25개를 설치하면 4천만원가량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관련 예산 증액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OK!제보] 역파도 휩쓸린 6살 아이, 꽃모양 부표 덕에 극적 구조돼
인천 중구청은 을왕리해수욕장에 시범적으로 쓰나미 키트를 설치해 효과를 살핀 뒤 확대 설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중구청 기반시설과 관계자는 "해수욕장에서 사고가 날 경우 기존 부표는 손으로 잡고 버텨야 하므로 오랜 시간 매달리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며 "쓰나미 키트는 튜브 모양으로 돼 있어 겨드랑이에 안착할 수 있기 때문에 노약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수영연맹 전무인 육현철 한국체육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는 "쓰나미 키트는 부력이 약한 구명환, 구명조끼의 한계점을 극복해 키트 당 최소 3명 이상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력벨트가 몸을 지탱해주기 때문에 구조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안전하게 구조를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OK!제보] 역파도 휩쓸린 6살 아이, 꽃모양 부표 덕에 극적 구조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