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대화 무단 인용" 김봉곤 소설…문학동네·창비 해당 도서 판매중지
지인과 사적으로 나눈 대화 메시지를 무단으로 작품에 도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김봉곤 작가(사진)의 소설들이 판매 중단됐다.

문학동네는 지난 17일 공지문을 통해 김봉곤 소설집 《여름, 스피드》와 단편소설 ‘그런 생활’이 실린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판매를 이날부터 전면 중지한다고 밝혔다. 문학동네 측은 “표제작인 ‘여름, 스피드’에 대해 (무단 도용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작가는 그런 사실을 인정했다”며 “피해자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인 《시절과 기분》을 출간한 창비도 18일 이 책의 판매 중지를 발표했다.

두 출판사의 판매 중지 결정은 김 작가가 자신들과 나눈 사적인 휴대폰 메시지를 소설에 무단 인용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지인들의 폭로가 연이어 터진 데 따른 것이다. 논란은 김 작가가 지난 5월 발표한 소설집 《시절과 기분》에 수록된 단편 ‘그런 생활’에 대한 여성 C씨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C씨는 이달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소설 속 주인공 ‘봉곤’과 노골적인 성적 대화를 가감 없이 나누고 조언하는 인물 ‘C누나’가 본인”이라며 “김 작가가 자신과 나눈 개인적인 대화를 동의 없이 인용해 내용 수정을 요청했지만 변호사 선임 전까지 수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11일과 16일 트위터에 입장문을 내고 “차용 동의를 얻었다고 판단했다”며 “미숙한 소통으로 인해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작가의 데뷔작인 《여름, 스피드》 표제작에 대한 남성 A씨의 폭로가 17일 나왔다. A씨는 트위터를 통해 “표제작에 등장하는 ‘영우’가 나”라며 “김 작가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어떤 동의 절차도 없이 소설 도입부에 그대로 인용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주변 지인들이 ‘영우’가 나임을 추정할 수 있었다”며 “당혹감, 분노, 모욕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창비 측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 상황을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거듭 독자와 피해자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