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3차 미·북 정상회담 힘들듯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의회전문지 더힐 주관 행사에서 북한과의 연내 3차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진실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결과를 달성하는데 있어 진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때만 정상회담에 관여하길 원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The truth is President Trump only wants to engage in a summit if we believe there’s a sufficient likelihood that we can make real progress in achieving the outcomes that were set forth in Singapore,”)
그러면서 "북한은 이 시점에선 잠재적인 해결로 이어질 수 있는 방식으로 관여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했다.(“The North Koreans have chosen at this point in time not to engage in a way that can lead to a potential solution.”)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또 하나의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은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그들(북한)이 마음을 바꾸길 바란다"며 향후 추가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뉴욕이코노믹클럽 행사에서도 11월 대선 전 북한과 3차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지금이 7월이다"며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적절한 경우 북한과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과 북한이 최근 조용한 것 같은데 북한과의 관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길 바라느냐'는 질문엔 부연설명을 하지 않은채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논의가 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태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0일 담화에서 연내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특히 기존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 라는 논의 구도를 '적대시 철회 대 미·북 협상 재개' 구도로 바꿔야한다며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때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마저 철회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지금에 와서 하노이 회담 탁(테이블)에 올랐던 일부 제재 해제와 우리 핵개발의 중추신경인 영변지구와 같은 대규모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길 바란다"고 하면서다.
이같은 미국과 북한의 입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양측의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4개월 뒤인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깜짝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고, 그 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만났다. 하지만 제대로된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고, 이후 양측의 공식 대화는 단절됐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전에 북미간 대화 노력이 한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11월 미 대선 전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지에 다시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7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론적이긴 하지만 "도움이 된다면 김정은과 회담할 것"이라고 말해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10월에 '깜짝 이벤트'로 김정은과 3차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비춰볼 때, 미 대선 전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