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오지호 '남향집'
햇살이 가득한 초가집, 조그만 소녀가 부엌의 높다란 문턱을 넘어 마당으로 나오려고 한다. 흰 개는 졸음을 이기지 못한 채 담벼락 밑에서 졸고 있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커다란 나무의 푸른 그림자는 마당과 담벼락을 지나 지붕으로 이어진다. 한국 근현대 화단에서 인상주의 화풍의 대표 작가로 손꼽히는 오지호(1905~1982)가 1939년에 그린 ‘남향집’이다.

전남 화순 태생인 오지호는 휘문고보 재학 시절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나혜석의 유화 ‘농가’를 본 뒤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고교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미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인상파를 알게 됐고, 미묘한 색감의 변화를 포착한 생기 넘치는 붓 터치로 한국적 인상주의 미학을 정립했다.

‘남향집’은 그의 인상파적 시각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마치 사진처럼 화면 가운데에 나무를 과감하게 배치한 구도, 나무와 돌축대의 그림자 부분을 청색과 보라로 표현한 것이 그런 예다. 그림 속 초가집은 오 화백이 광복 전까지 살았던 개성의 집인데, 문을 열고 나오는 소녀는 그의 둘째 딸이다. 담 아래 졸고 있는 개는 ‘삽살이’라는 이름의 애견이라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에서 볼 수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