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천·강행복 등 60여 명 참가
드로잉·설치 등 100여 점 선봬
생각해보면 판화만큼 우리 일상과 밀접한 회화 장르도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책이다. 예부터 책의 표지를 장식하는 주역은 판화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동식물, 자연 등을 표현한 류연복의 전각판화, 남궁산의 장서표판화, 꽃과 나비 등을 새긴 김란희의 ‘안녕? 꽃님아’ 시리즈 10점 등이 먼저 눈길을 끈다.
투명 아크릴 상자 안에 책의 형상을 넣고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밝힌 42권의 책으로 6단의 책장을 장식한 강애란의 ‘디지털북 프로젝트’는 판화에서 설치로 나아간 작품. 문승근의 ‘활자구’는 지름 9.5㎝의 구(球) 표면에 납활자를 빼곡히 붙인 작품인데, 잉크를 바른 공을 종이에 굴리면 글자가 그대로 묻어나 또 하나의 작품이 된다.
판화는 작가에게 예술적 창의성과 기술적 숙련도를 동시에 요구한다. 이 때문에 석판화, 동판화, 목판화, 실크스크린, 메조틴트, 세리그라프, 스크린프린트, 리놀륨판화 등 판법에 따라 동원되는 기술도 다양하다. 50년 이상 동판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이영애의 애쿼틴트 작업 ‘내 날개 아래 바람 1’은 애쿼틴트를 능숙하게 사용해 세필로 그린 듯 섬세한 묘사가 감탄사를 자아낸다. 동판화의 일종인 애쿼틴트는 동판을 부식시켜 요철을 만드는 에칭 기법의 하나다.
시간의 개념을 판화의 느린 호흡으로 담아낸 강동주의 ‘커튼’, 판화로 복제한 인물들을 오려내 바닥에 세운 김영훈의 ‘무엇이 진실인가’, 투명한 아크릴판에 판화기법의 하나인 수전사와 스캐노그라피를 사용해 만든 김인영의 ‘매끄러운 막’(2019)은 판화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 전시는 8월 16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