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7월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분신(分身)은 예부터 이야기의 단골 소재였다.

고대 인도부터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를 거쳐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카게무샤'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의 공기를 담으며 다양한 변주 과정을 거쳤지만, 본질적으로 '자아 찾기'와 맞닿아 있는 신화적, 예술적 도구였다.

오는 7월5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차미'는 이런 고전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배경으로 관계를 갈구하고, 관심받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꿈과 희망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본질적으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탐색 과정을 그렸다.

편의점 '알바생' 차미호는 모든 걸 다 갖춘 선배 오진혁을 짝사랑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고대와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말하며 조금씩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걸 갖춘 신비로운 여성 '차미'가 등장하면서 차미호의 인생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차미는 주인공 차미호가 인터넷 곳곳을 돌아다니며 "삶의 조각을 빌려와 자신을 빚는 과정"을 거쳐 만든 인스타그램 용 분신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신은 실존하는 차미호를 집어삼킨다.

뮤지컬 '차미'는 결국 어떻게 차미호가 차미로부터 벗어나 자아를 찾느냐가 관건인 작품이다.

그런 극의 핵심에 도달하는 과정이 조금은 진부하다는 점에서 '차미'의 극적 완성도는 조금 아쉽다.

알고 보면 꽤 괜찮은 집안 출신인 김고대의 도움을 받아 차미호는 자아를 찾게 되는데, 이는 금전적으로, 지적으로, 주인공 차미호보다 우위에 있는 남성의 도움으로 난관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키다리 아저씨'가 보여주는 세계관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넘버(노래)는 아마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텐데, 노래와 이야기는 비교적 잘 맞아떨어진다.

특히 주인공 차미호 역 이아진의 활약이 돋보인다.

발성이 좋아 별로 힘들이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데, 소리는 길고 곧게 뻗어 나간다.

연기적 측면에서 봤을 때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차미호라는 캐릭터를 구현해 냈다.

비교적 신인급인 데다 젊은 나이(24세)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그의 성장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차미호 역에 함께 캐스팅된 유주혜와 함연진의 공연은 보지 못했다.

)
4명의 캐릭터로 구성된 소규모 뮤지컬이지만 배우간 호흡이 좋고, 쉽고 유쾌한 이야기라 약 2시간 공연은 금방 지나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관람이 제한된다.

작품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조민형 작가 겸 작사가, 최슬기 작곡가가 초연에 함께했으며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키다리 아저씨' 등을 연출한 박소연이 연출을 맡았다.

관람료 4만4천원~6만6천원, 110분, 만7세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