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국가예산 1% 문화예술 배정 부활", 정의 "한국당 숟가락 얹지 마라" 4·15 총선이 63일 앞으로 다가온 12일 정치권은 앞다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문화·예술 분야 공약을 발표하면서 문화예술인의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형 '엥떼르미땅'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엥떼르미땅'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문화예술인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해 창작활동을 돕는 제도다.
또 한국 영화의 세계 시장 진출 가속을 뒷받침하겠다며 조속한 국립영화박물관 건립도 공약으로 내놨다.
민주당 의원들은 페이스북에 기생충 포스터를 패러디한 사진을 올리고 봉 감독의 장점을 가진 의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는 등장인물들의 눈이 가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은평을 재선에 도전하는 강병원 의원은 포스터 등장인물처럼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리고 "영화가 보여준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는 한국을 넘어선 전 세계 정치의 숙제"라며 "꼭 해결해 인간의 행복할 권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경기 안양 동안갑에 도전하는 권미혁 의원은 자신의 모습을 넣어 편집한 포스터를 올리고 "봉 감독은 디테일한 시나리오와 설정으로 '봉테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며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처럼 저도 안양과 국회의 역사를 새로 쓰는 '권테일'이라는 별명을 얻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갑)은 봉 장관의 4관왕에 빗대어 "박찬대 의원도 사실 국회의원 임기 4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을 받아 4관왕"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정 의원과 오영훈 의원은 각각 자신의 보좌진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기생충 포스터를 패러디한 후 정치의 역할을 되새겼다.
자유한국당은 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으로 통하는 대구를 중심으로 '봉준호 마케팅'에 불이 붙었다.
봉 감독은 대구 출신이다.
특히 4·15 총선을 앞둔 후보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영화박물관 설립', '영화관 확충', '봉준호 기념관' 등의 공약을 쏟아냈다.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인 강효상 의원은 전날 원내 대책 회의에서 "봉 감독은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에 다녔고, 저도 이웃 동네에서 학교를 같이 다녔다.
250만 대구 시민과 함께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구 지연'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어 보도자료를 내고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영화박물관을 설립해 영화를 문화예술 도시 대구의 아이콘으로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중·남구를 지역구로 둔 곽상도 의원도 "영화관이 없는 대구 남구에서 태어나 세계에 이름을 떨친 봉 감독은 대구의 자랑이자 한국의 자랑"이라며 남구에 영화관 등 문화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중·남구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배영식 예비후보는 봉 감독을 주제로 영화 거리, 옛집 복원, 동상 등을, 장원용 대구 중·남구 예비후보는 남구 대명동에 봉준호 기념관을 건립하고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은 페이스북에 "영화 기생충이 상을 네 개를 탔다고 난리들이던데…"라며 20대 국회 회기에서 자신의 수상 내역을 함께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지난 4년간 민경욱이 받은 모든 상은 연수와 송도(자신의 지역구) 여러분의 상"이라는 문구도 함께 실렸다. 연극인 출신인 새로운보수당 오신환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대한민국 영화사에 빛나는 역사를 만들었다.
저와 인연 있는 분들이 엄청 많이 나온다"며 '나도 한때는 배우의 꿈'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오 의원은 기생충의 주연 배우인 이선균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이며, 정계 입문 전 송강호와 극단 '연우무대'에서 활동하며 같은 집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신당은 영화 기생충 수상을 계기로 김대중 정부 당시 문화예술 분야에 국가 예산 1%를 배정했던 것을 부활해야 한다며 총선 공약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김정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품인 한류도 바로 이 문화 예술 체육 분야 1% 예산에서 씨가 뿌려졌으며 최근의 BTS 열풍,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석권 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문화 예술 체육 분야를 4차 산업 미래성장동력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며 "정부 관계 당국과 여야 정치권도 문화 예술 체육 분야 1% 예산 시대를 부활시키기 위한 본격 논의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한국당을 향해 "봉 감독에 대해 숟가락을 얹었다"며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상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봉 감독을 좌파 인사로 분류하여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핍박했던 것이 한국당 집권기"라며 "다른 당은 몰라도 한국당만큼은 이 국면에서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