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광대가 만들어가는 한 편의 따스한 동화
서커스장을 연상시키는 무대. 노란색 커튼에 광대들이 하나씩 실루엣으로 등장한다.

각기 예술, 전쟁, 사랑을 이야기하는 광대들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한다.

공연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광대들은 결국 세 가지 모두가 담긴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이야기는 세 광대가 말하는 대로 진행된다.

전쟁광대는 공포, 비관, 절망, 죽음, 파괴를, 사랑광대는 희망, 사랑, 따스함, 향기로움을, 예술광대는 음악, 춤, 창조를 각기 이야기하며 극을 끌어간다.

무대에선 고운 손을 가진 남자 한스가 피아노를 친다.

전쟁광대는 돌연 전쟁을 일으키고 한스는 독일군으로 참전해 전장에 뛰어든다.

동료들이 총탄에 맞아 쓰러지고 여기저기서 포탄이 터진다.

전쟁광대는 "피할 수도 없고 거부할 수도 없어 이것이 우리들의 인생∼ 이것이 우리들의 세상∼"이라 노래하며 전쟁과 파괴를 부추긴다.

폭격 때문에 바닥에 쓰러진 한스는 한참 후 일어나 연합군 병사를 만난다.

사랑광대는 이들이 무기를 버리고 서로 친구가 되게 한다.

연합군 병사로 변신한 예술광대는 고향 마을 카페와 그곳에서 춤을 추는 여인, 마리에 관해 얘기한다.

이후 한스는 포화 속에서 청력을, 마리는 시력을 잃는다.

한스는 더는 피아노를 칠 수 없고, 마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 춤을 출 수 없다.

한스가 연합군 병사의 고향 카페를 찾아와 마리를 만나고 둘은 이내 사랑에 빠진다.

연극 '환상동화'는 사랑광대, 전쟁광대, 예술광대가 함께 한스와 마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내용이다.

지난달 26일 프레스콜에서 김동현 연출이 "전쟁 같은 세상에서도 우리는 꿈꾸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듯 극은 참혹한 전쟁 속에서 시력과 청력을 잃은 남녀의 따스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 예술, 전쟁을 이야기하는 광대 셋이 등장하지만, 최후 승자는 사랑광대다.

한스와 마리를 엮어주기 위한 사랑광대의 연기는 다소 과장되고 유치해 웃음을 주지만, 그러기에 전쟁광대와 예술광대를 이해시킬 수 있다.

한스와 마리가 처한 상황은 비극적이지만 둘이 만들어가는 사랑은 무척 따뜻하다.

특히 사랑의 묘약을 먹은 한스와 마리가 광대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며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연기하는 모습은 미소를 짓게 한다.

연극 주 무대는 마리가 춤추는 카페. 피아노, 탁자가 놓인 단출한 무대지만 조명이 환상적이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스의 전투 장면과 포화로 불바다가 된 마을은 영상으로 구현했다.

광대들 연기는 누구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개성이 넘치고 재미있다.

이야기를 앞다퉈 끌어가려는 광대 간 경쟁은 관객을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게 한다.

'사랑꾼' 강하늘이 연기하는 사랑광대는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3월 1일까지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