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기록한 시간…서울대미술관 '시간을 보다'전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시간은 영원토록 인간과 더불어 존재한다.

자연히 시간은 예술가들이 탐구하고 도전해온 주제다.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26일 개막한 전시 '시간을 보다'는 각각의 방식으로 시간을 바라보고 기록한 예술가 17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구본창의 비누 사진 연작 'Soap'은 마모되고 작아지고 부서져 가는 다양한 비누를 촬영한 작품이다.

작가는 닳고 닳은 비누 조각을 마치 흐르는 물속에서 매끈해진 자갈 같은 이미지로 표현한다.

서울대 미대 1기 입학생인 성낙인의 사진 작품은 서울대 미대 1950년대 입시 광경과 2016년도 시험장 모습을 담았다.

세월이 흘러 시험장과 수험생 모습은 완전히 다르지만, 예술가의 길에 들어서려는 학생들의 열정은 변함이 없다.

이현우의 회화는 벽에 세워진 나무 막대, 기와 그림자 등을 통해 특정 시간대를 나타낸다.

특정 공간에서 태양 방향에 따라 마주하는 찰나의 시간을 포착해 단순하지만 특별하게 그려낸다.

정재호는 1960~1970년대 한국 산업화 시기 건축물 외형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한국화를 그리는 장지 위에 서양화 재료인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건축물은 압축적 근대화 이후 남은 문제를 되새기게 한다.

이창훈은 양수리 두물머리 유기농업 육성정책 취소를 환기하는 의미에서 붉은 깃발 12개를 2015년 한 달에 1기씩 추가로 게양하는 퍼포먼스 등을 통해 사회적 이슈와 맞물린 시간의 궤적을 시각화했다.

그 외 김태헌, 노경희, 박승원, 배남경, 배수경, 이가경, 이만나, 임윤경, 임윤수, 천창환, 홍희령, 로만 오팔카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들의 회화, 판화, 사진, 영상, 설치 등 80여점 작품은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졌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특성을 초월해 순간을 잡아내는 '순간의 박제', 끊김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축적된 변화를 보여주는 '시간의 궤적', 시간 자체를 작품의 질료로 삼아 시간성을 드러내는 '수행의 시간' 등이다.

전시는 내년 3월 12일까지.
미술로 기록한 시간…서울대미술관 '시간을 보다'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