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개봉하는 영화들 중에서는 <정직한 후보>가 가장 눈에 띈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그린 영화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극중 주상숙 당 상징색이 지난 2014년 해산된 통합진보당과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 유리한 영화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외에도 남북한 지도자와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ㆍ감금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 <정상회담>, 1979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남산의 부장들>, 대통령을 꿈꾸던 한 정치가와 그의 뒤에서 천재적인 전략을 펼치며 선거의 귀재로 불렸던 한 남자가 파란만장했던 1960-70년대를 관통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 전태일의 삶을 그린 애니메이션 <태일이>, 가택연금된 정치인과 그를 도청하는 안기부 요원 사이에서 피어나는 우정을 그린 영화 <이웃사촌> 등이 총선을 앞두고 개봉이 예정되어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주요 선거 전에는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화의 개봉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특정 진영에 유리한 영화가 선거 전에 무더기로 개봉되는 것은 사실상의 선거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영화는 극중에서 특정 정당명을 직접 쓰진 않지만 특정 정당을 연상할 수 있는 당명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극중 악역이 몸담고 있는 정당 상징색을 특정 정당 상징색과 똑같이 설정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선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최소한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는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방치하면 선거를 앞둔 시점에 특정 진영에서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영화는 영화로만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거를 이유로 영화에까지 각종 제재를 가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단지 영화 한 편을 보고 표심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유권자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행태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