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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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최종 은퇴 대국에서 불계패했다. 25년 바둑 인생에 마침표를 찍는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은 앞서 호언한 대로 자신의 스타일로 팽팽한 접전을 펼쳤으나 아쉽게 패배했다.

이 9단은 21일 자신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증도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최종 3국에서 180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 9단은 앞서 1국에서 흑으로 2점을 먼저 까는 접바둑을 펼쳐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어 2국에서 한돌과 호선으로 대결했으나 122수 만에 불계패했다.

그는 2국을 마친 후 "마지막을 고향에서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3국은 마지막인 만큼 나답게,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치수가 다시 2점에 덤 7집반으로 조정된 이날 이세돌은 실제로 그의 다짐대로 '센돌'다운 모습으로 한돌을 상대했다.

이세돌은 1국과 마찬가지로 세 귀를 차지했고, AI 한돌은 소목에서 두 칸 벌리며 차분하게 출발했다. 이어 이세돌은 우하귀에 파고들어 초반부터 불꽃 튀는 수 싸움을 벌였으나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하면서 승부가 점점 한돌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다 100수가 넘어가기 전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세돌 9단, 최종 은퇴 대국서 한돌에 불계패 /사진=연합뉴스
이세돌 9단, 최종 은퇴 대국서 한돌에 불계패 /사진=연합뉴스
이로써 이세돌 9단은 1승2패로 마지막 은퇴 대국을 마무리하게 됐다. 기본 대국료로 1억5000만 원에다 1승당 5000만원의 상금을 추가로 받기로 해 총 2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6살에 처음 바둑돌을 잡은 이세돌은 25년 간 프로기사 생활을 하며 바둑계를 호령하다 다시 고향인 신안으로 돌아와 바둑돌을 내려놓게 됐다.

1983년 신안 비금도에서 태어난 이 9단은 5∼6세 무렵부터 아버지에게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바둑에 두각을 드러낸 이세돌 9단은 이후 8세 때 형과 함께 서울로 바둑 유학을 떠나 권갑용 문하로 입문하면서 본격적인 바둑 공부에 들어갔다.

2000년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며 바둑계 전설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해 32연승을 기록하는가 하면, 2002년에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꺾고 첫 세계대회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이후로도 승승장구 하던 이세돌 9단은 통산 18차례 세계대회 우승, 32차례 국내대회 우승 등 모두 50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특히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와 대결을 벌여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한 유일한 프로기사로 남았다.
이세돌 9단과 어머니 박양례 씨 /사진=연합뉴스
이세돌 9단과 어머니 박양례 씨 /사진=연합뉴스
이 9단은 올해 3월 은퇴를 시사한 뒤 11월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내고 프로기사 활동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마지막까지 특별했던 이 9단이었다. 그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어 은퇴를 결심했다"면서도 은퇴 대국 상대로 인간이 아닌 AI 한돌을 택했다.

3국 대국장에는 이세돌의 어머니 박양례씨와 고향인 신안 비금도 주민 40여명이 초대받아 대국을 지켜봤다. 승부사 이세돌은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서 평생을 함께한 반상을 떠나게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