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으로 나가보자
문학을 찾아 떠나는 여행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중년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불러봤을 노래 ‘향수’는 정지용의 시에 곡을 붙였다. 충북 옥천에 있는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마치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옥천 구읍의 실개천 앞에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이 자리한다. 정지용의 시를 테마로 꾸민 장계국민관광지도 빼놓을 수 없다.
전남 순천은 문학 여행지로 손꼽힌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정호승의 시 ‘선암사’ 첫 행이다. 1999년에 나온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실렸다. KTX도 다니기 전이다. 그가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라며 “실컷 울어라”고 말한 장소는 선암사 해우소다. 선암사의 보물이 승선교만이 아님을, 아름다운 것만이 보물이 아님을 일깨운다. 송광사 불일암도 문학의 향기가 짙다. 법정 스님이 1975년부터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쓴 곳으로, 대표작 <무소유>는 1976년 작품이다. 순천만습지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속 ‘무진’이다. 일상과 이상, 현실과 동경의 경계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가까이 순천문학관이 있어 그의 문학세계를 살펴보기 좋다.
토박이들이 알려주는 숨은 명소
울산은 팔색조 매력이 있는 도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분야 국내 대표 산업단지와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동해, 대왕암공원, 간절곶 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진다. 이런 울산의 풍광을 울산대교전망대에서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2015년 울산대교 개통과 함께 문을 연 울산대교전망대는 지상 4층 구조에 높이 63m로, 실내 전망대와 야외 테라스, 기프트숍, 카페, 매점, 가상현실(VR) 체험관 등을 갖췄다. 360도 통유리로 된 3층 실내 전망대가 하이라이트. 시원한 전망을 감상하고, 망원경과 문화관광 해설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따뜻한 제주에서 예술의 향기를
눌(쌓아 놓은 볏짚 단) 형상의 외관과 서까래 구조의 인테리어가 이채로운 기당미술관도 이 가을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제주 출신 재일동포 사업가 기당 강구범 선생에 의해 설립된 국내 최초 시립 미술관이다. 폭풍의 화가 변시지 화백의 작품과 기당 선생의 형 강용범의 서예 작품이 상시 전시 중이다.
제주도 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아트제주 2019가 28일부터 나흘간 마련된다. 김성오를 비롯한 제주 작가 특별전을 통해 제주 미술의 흐름도 살펴보고, 갤러리로 꾸며진 호텔 객실에서 로버트 인디애나, 제프 쿤스, 이왈종 등 국내외 유수 작가의 작품 전시와 판매가 이뤄진다. ‘아트제주위크’ 기간에는 도내 여러 문화예술 기관의 무료 입장 또는 입장료 할인 이벤트가 열린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