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난' 최혜진·임희정, '힘 못쓴' 박인비·전인지
‘국내파’ 선수들이 제대로 칼을 갈고 나왔다. 거칠기로 유명한 메이저대회 코스 세팅에도 첫날부터 ‘버디쇼’가 펼쳐졌다.

‘영파워’ 최혜진(20·사진)과 임희정(19)이 17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이천GC(파72·666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KB금융스타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1라운드에서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임희정과 최혜진은 버디 7개를 나란히 잡아냈다. 둘 다 보기는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김예진(24)과 박민지(21)는 각각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바로 뒤를 이었다.

이번 대회는 10월 들어 ‘국내파’와 ‘해외파’가 격돌하는 3차전 성격을 띤다. 지난 6일 끝난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에선 KLPGA투어 소속 장하나(27)가 우승했다. 지난주 끝난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선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고진영(24)이 우승컵을 가져갔다. ‘골프 여제’ 박인비(31)와 US여자오픈 챔피언 전인지(25)가 출전하며 또 한 번 대결 구도가 됐다.

최혜진은 시작부터 버디쇼를 펼쳤다. 전반에만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5타를 줄였고 후반 들어서도 버디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임희정도 마찬가지. 전반에 2타를 줄인 뒤 10번홀(파4)부터 3연속 버디를 앞세워 리더보드 최상단으로 도약했다.

박민지는 강철 멘탈로 타수를 지켰다. 그는 11번홀(파4) 세컨드 샷을 앞두고 실수로 자신의 공을 밟았다. 골프규칙 9조4항b는 선수가 볼을 집어 올리거나 고의로 건드려 움직이게 한 경우 1벌타를 주도록 하고 있다. 박민지는 1벌타를 받은 뒤 세 번째 샷을 했다. 까다로운 내리막 경사의 파 퍼트를 넣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반면 해외파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네 번 한 박인비는 이날 7타를 잃어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더블보기 2개에 보기 3개, 버디는 한 개도 없었다. 올해 첫 ‘노 버디’ 라운드다. 박인비는 “버디 없는 라운드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 골프”라고 했다.

스폰서가 주최한 대회에 참가한 전인지도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버디 3개, 보기 2개 1언더파로 공동 25위를 기록해 남은 라운드에서 반등을 노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