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좀 더 깊게 즐기는 법이 바로 ‘등산’이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산을 타는 것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경치를 느끼기 위해 가벼운 트레킹에 나서기도 한다. 오색으로 물든 경치를 감상하고 자연의 상쾌한 공기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등산은 몸매 관리에도 유리하다. 한동안 이효리·전지현이 청계산에서 운동하는 게 알려지면서 이들의 몸매를 꿈꾸는 20~30대 여성 사이에서 ‘등산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등산 다이어트’는 최근 시들한 분위기다.
유행이 빨리 끝난 것은 등산이 결코 만만치 않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사람에게 등산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상당한 근력, 지구력,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동네 뒷산이라도 타볼까’ 가볍게 여겼다간 다음날 근육통으로 고생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지방흡입·비만클리닉 의사로서 다이어트 운동으로 등산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내 체력수준에 맞게 시작하는 등산은 몸매 관리 효과는 물론, 건강 증진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방이 쉽게 붙는 허벅지·복부·팔뚝 군살관리에도 적격이다.
등산은 일반적인 유산소운동에 비해 소모 칼로리가 높다. 등산은 체중 1kg당 1시간 운동시 7.26 kcal를 소비한다. 즉 60kg의 사람이 1시간당 등산을 통해 소비하는 에너지는 435kcal 정도다.
또 높고 낮은 능선들을 넘다 보면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활발히 사용할 수 있어 운동 효과가 배가된다. 여기에 지구력, 심폐력까지 기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체중계 숫자를 줄이기 위해 지나치게 무리하다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무엇보다 살을 빼겠다는 의지로 무리한 코스를 고를 경우 하루만에 ‘넉 다운’ 되어 등산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초보라면 2시간 이내의 코스가 적당하다.
특히 체력 조절이 관건이다. 올라갈 때 40%를 사용하고, 내려갈 때 30%의 체력을 쓰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나머지 30%는 만약을 대비해 남겨두는 것이다. 말 그대로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운동하는 것이다. 평지와 달리 장애물이 적잖고, 오르내리는 길이 많아 무조건 빨리 가려다간 부상 위험도 있다. 걸을 때에는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가속도를 이용해 리듬감 있게 걷는 게 좋다. 또 혼자 등산하기보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걷는 게 안전 면에서도 유리하다.
‘스트레칭’의 중요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 준비운동 없이 산에 오르면 관절·근육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스트레칭을 해주면 근육의 유연성과 탄력성이 높아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져 고강도 운동에 적합한 상태로 변한다. 하산 후에도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체내에 쌓인 젖산을 배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등산 후 ‘음식’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대다수 등산객 중에는 산행에서 ‘술을 빼면 섭섭하다’는 사람이 적잖다. 술을 챙겨오기도 하고, 하산 후 인근의 식당에서 회포를 푸는 식이다. 하지만 운동 후 마시는 술 한잔은 다이어트엔 절대 독이다.
우선 알코올은 섭취 후 자기도 모르게 과식이나 폭식을 하도록 유도한다. 평상시와 같은 양을 먹더라도 식욕억제호르몬 분비가 저하돼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서다. 특히 다이어트를 위해 참았던 고 지방 식품을 폭풍 흡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뿐 아니다. 산행 후 마시는 술 한잔은 피로를 축적시킨다. 등산은 1시간 당 600㎉ 이상을 소모하는 고강도운동으로 몸이 지치는 게 당연하다. 여기에 술을 마시면 소화 과정에서 생성된 젖산이 체내에 쌓이며 근육을 긴장시키고 피로를 불러온다. 운동 후 알코올 섭취는 근육 회복과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운동효과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다이어트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힘들게 산행한 뒤 보상심리로 마시는 술 한잔은 이처럼 운동한 것을 도루묵으로 만들 수 있다.
등산의 계절, 경치도 즐기고 날씬해지는 등산을 적극 추천한다. 꾸준히 시행하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한 계절이 지난 뒤에는 몰라보게 날씬해진 몸매를 보고 놀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