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다음달 3~12일 해운대 영화의전당과 남포동 비프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역대 최대 규모인 85개국, 303편의 영화가 초청 상영된다. 이번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은 장편 97편, 단편 23편 등 120편에 달한다. ‘더 킹: 헨리 5세’ 등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네 편도 상영된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넷플릭스 제작 영화 ‘더 킹: 헨리 5세’.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넷플릭스 제작 영화 ‘더 킹: 헨리 5세’.
개막작은 카자흐스탄의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과 일본의 리사 다케바 감독이 공동 연출한 ‘말 도둑들. 시간의 길’이다. 두 딸을 남겨두고 장터를 갔던 가장이 돌아오는 길에 말 도둑들에게 살해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폐막작은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다. 우연히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된 딸이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상실과 복원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올해는 동시대 거장의 신작을 선보이는 ‘아이콘’ 부문을 신설했다. 영국 켄 로치, 이탈리아 마르코 벨로키오, 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명작들을 따로 모아서 볼 수 있다.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도 신설했다. 가능성 있는 아시아 드라마를 소개하고, 네트워킹하는 장이다. BIFF 프로그래머들이 추천하는 10편을 미리 만나본다.

더 킹: 헨리 5세=자유롭게 살아가던 왕자 할이 왕좌에 올라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영국의 위대한 왕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헨리 5세는 재위 기간 9년 동안 잉글랜드를 유럽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만들었고, 프랑스 정복을 완성했다. 셰익스피어 희곡 <헨리 4세>와 <헨리 5세>를 토대로 제작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티모시 샬라메가 타이틀롤을 맡았다.

나의 하늘은 핑크빛=불치병 진단을 받은 용감한 소녀 아이샤의 눈을 통해 그린 부모의 사랑 이야기. 세계적인 인도 스타 프리앙카 초프라와 인도 영화 ‘당갈’의 당찬 소녀 자이라 와심이 출연해 삶과 죽음을 넘어서는 가족의 사랑을 아름답게 써 내려간다.

‘시네마 동키’
‘시네마 동키’
시네마 동키=이란에 오랜만에 돌아온 한 여성 감독이 ‘프로페셔널한 당나귀역 배우’를 찾으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스태프들은 감독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간들의 노력과 사랑했던 소년의 모습이 종종 당나귀의 시점 쇼트로 전개된다. 사랑스럽고 유쾌하고 씁쓸한 영화다.

동굴=2018년 태국 유소년 축구팀 동굴 조난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2주에 걸친 탐색과 발견, 구조 과정을 담았다. 전원 구조될 것이라는 결말을 알고 있다 해도, 잘 구성된 시각적 요소와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았던 이면의 이야기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있는 곳’
‘우리가 있는 곳’
우리가 있는 곳=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앳된 소녀 둘의 우정에 관한 영화. 태국 최고의 아이돌그룹 BNK48 버들이 주연과 조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태국에서 다수의 전작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검증받은 콩데 자투라나사미 감독의 최신작이다.

미즈 퍼플=미국 독립영화계에서 맹활약 중인 재미동포 영화인의 선봉장 저스틴 전 감독의 솔직하면서도 꼼꼼한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여자 주인공과 그의 남동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의 3부작: 인연, 속박, 부활=이스라엘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야론 샤니 감독의 3부작. 사랑의 기쁨보다는 아픔을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렸다. ‘인연’과 ‘속박’은 각각 베니스와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호평을 받았고 3부작의 마지막 편 ‘부활’은 부산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샤니 감독이 주목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아그네스 조이=아이슬란드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품. 이웃에 이사온 남자에게 엄마와 딸이 동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훈훈한 가족 코미디다.

99개의 노래=인도 영화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음악 영화다. 음악을 음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줄거리를 따라가게 된다. 2500만 팔로어를 둔 세계적 뮤지션 A R 라흐만이 스토리와 음악을 담당했다. 야외극장에서 보기 적합하다.

배신자=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신작. 시칠리아 마피아 토마소 부셰타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법정 장면이 상당히 길지만,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