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여행가 이장우 박사의 세상탐방
(1) 프랑스 치즈
‘치즈의 여왕’ 브리에서 콩테까지
7~8세기께에는 프랑스의 많은 수도원에서 직접 치즈를 만들었는데 그 제조 기술이 자연스럽게 프랑스 전국으로 확산돼 지금은 프랑스 전역에 걸쳐 4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생산되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프랑스 치즈 5개를 소개한다. 이 치즈들은 프랑스 여행 중에 마트나 레스토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각기 다른 차이를 보이는 치즈들에 대해 알고 있다면 맛보는 재미가 더해질 것이다. 첫 번째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소비량을 자랑하는 콩테(comte)이고 두 번째는 프랑스 북부 지방의 치로 오렌지색의 멜론 모양을 닮은 미몰레트(mimolette)가 있다. 미몰레트는 네덜란드의 에담(edam)치즈를 프랑스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치즈다. 세 번째는 우리에게 치즈라고 하면 쉽게 떠올리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에멘탈(emmental)이다. 프랑스 서부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생산되며 일상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치즈 중 하나다. 네 번째는 가장 대표적인 프랑스 치즈 중 하나인 카망베르(camembert)가 있고 마지막으로 치즈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브리(brie)가 있다. 브리는 파리의 근교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치즈다. 특히 브리는 살균하지 않은 우유로 만들기 때문에 프랑스를 갔을 때 꼭 맛봐야 하는 치즈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해외로 수출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우유를 살균해야 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맛보는 치즈와는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이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해져 맛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치즈도 있다. 바로 로크포르(roquefort)다. 시큼한 향과 치즈 특유의 강한 향이 특징인 치즈다.
프랑스 정부가 인정한 최고 명장 몽 기업
프랑스 남부의 로크포르 지역에서 양을 치던 한 목동이 점심으로 빵과 양젖으로 만든 치즈를 먹었다고 한다. 어느 날 멀리서 아름다운 아가씨를 발견하곤 첫눈에 반해 아가씨를 찾으러 나서게 됐다. 그러나 방황만 하고 결국 찾지 못하고 양들 곁으로 돌아왔다. 배가 고파서 두고 갔던 치즈와 빵을 먹으려고 꺼냈을 때는 이미 치즈에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배가 고파 한 입 먹었는데 그 맛이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프랑스에서 치즈를 맛볼 때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유명한 치즈들을 비교하며 맛보는 것도 이색적인 여행 경험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프랑스에서 맛볼 수 있는 치즈들은 더 다양하게 존재한다. 특히 거리마다 쉽게 볼 수 있는 치즈전문점들을 들러 모양부터 독특하고 맛과 향도 다른 치즈들을 맛보며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다. 아울러 프랑스에서 치즈를 배워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있다. 프랑스에는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명장(MOF: Milleur Ourvier de France)이라는 칭호가 있다. 2000년 처음으로 치즈로 최고 명장이라는 칭호를 받은 에르베 몽과 그의 동생인 로항 몽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몽 기업이다.
프랑스의 다양한 치즈 전문점 중에는 치즈의 제조 외에도 치즈의 숙성을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몽 치즈다. 몽 기업은 1964년 아버지인 허버트 몽의 치즈 판매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50년 이상의 치즈에 대한 풍부한 경험으로 프랑스 리옹의 몽 상점을 비롯해 치즈 숙성, 국내 및 국제 유통, 도매, 소매 등 치즈 생산 및 제품 소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즈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치즈가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미쉐린 가이드(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매년 발간하는 레스토랑 평가서. 별 개수로 등급을 표시하며 별 3개가 가장 높다)의 별 3개를 45년간 지속한 기록을 가진 라 메종 트로아그로(La Maison Troisgros)레스토랑의 미셸 트로아그로(Michel Troisgros) 셰프가 치즈를 구입해주면서부터다. 이후 이들의 치즈가 프랑스 치즈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게 됐다.
치즈학교 통해 치즈 전문가 양성
몽 기업은 치즈를 판매하는 것 외에도 Academie Opus Caseus(A.O.C.)라는 치즈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그 이름이 바뀌어 이 아카데미가 ‘Academie Mons’로 운영되고 있다. 당시 나는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입학 허가를 받아 프랑스어와 영어로 2주 동안 치즈교육을 받게 됐다. 이 치즈학교는 에르베 몽의 동생이자 몽 기업의 한 축이 되는 로항 몽이 교장으로 있는 곳이다. 직접 치즈에 대한 현장 경험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에르베 몽과 달리 그의 동생 로항 몽은 치즈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았다. 이후 몽의 치즈 교육 과정을 개발해 내부 직원 및 프랑스의 치즈 전문가들을 훈련해오고 있다. 2005년부터는 프랑스 치즈업계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직원 및 전문가를 배출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나 로항 몽이 개발한 교육 시스템은 그의 탁월한 능력 및 수완과 더불어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프랑스를 포함해 세계 치즈장인들이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치즈학교로 오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런 몽 기업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프랑스 내에서는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선도 존재한다. 프랑스 치즈기술을 외국으로 나가게 한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세계 최고의 프랑스 치즈기술과 치즈문화를 배우려고 치즈학교에 입학하려고 한다. 나 또한 프랑스 치즈를 좀 더 깊게 알고 싶은 마음에 거의 1000만원이나 되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치즈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이곳은 취미로 치즈를 배우기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곳으로 그 과정도 강행군으로 진행된다. 휴식시간은 거의 없고 점심은 매일같이 진행되는 치즈 테이스팅이 끝나는 오후 3시가 돼야 먹을 수 있다. 또한 치즈 작업장은 보통 온도가 10도 정도여서 아무리 옷을 껴입고 있어도 금세 추위를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치즈를 제대로 맛보고 있다는 생각에 또다시 힘이 난다.
여행지에서 배우는 경험은 여행의 또 다른 맛
내가 받았던 치즈 교육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직접 치즈 카운터를 만드는 실습시간이다. 이는 직접 치즈를 판매하는 진열대를 구성하는 일로 전체적인 비주얼 디스플레이와 콘셉트를 정하는 일부터 치즈를 직접 자르고 꾸미고 장식하는 일까지 하게 된다. 수업을 함께 듣던 미국에서 온 래리언과 캐나다에서 온 코트니가 한 조가 돼 치즈 카운터 실습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일에 실수를 하기도 하고 머뭇거리고 있으면 선생님에게 혼이 나기도 하며 3시간 만에 완성을 했다. 걱정을 했던 실습 결과는 큰 칭찬과 박수 세례를 받았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점심도 거른 채 다시 치즈 테이스팅을 위해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외에도 직접 염소 젖을 짜기도 하고, 커다란 치즈를 솔로 닦기도 하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프랑스를 여행하면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을 치즈학교를 다니며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배운 치즈에 대한 지식과 정보들은 여행 중에 맛보는 음식들도 다르게 느껴지게 한다.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이렇게 여행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만의 풍성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치즈만큼이나 풍성한 재미와 즐거움이 느껴지는 여행이다.
이장우 박사는
국내 최초의 퍼스널브랜드 소유자이자 브랜드 전문가다. 경영학, 공연예술학. 디자인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메이션코리아에서 최고경영자(CEO)로 경영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브랜드마케팅, 트렌드, 소셜미디어전략, 디자인경영, 비자트(BIZART: 경영과 예술의 결합), 상상창조경영, 자기계발 등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있다. 강연여행가는 여행 중에 강의하고 여행을 주제로 강의를 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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