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어지는 것보다 확실한 포인트에서 죽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어서요.
"
전날 종영한 tvN 월화극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무소속 국회의원 오영석은 깔끔한 외모와 새하얀 해군 제복 이면에 국가와 국민에 대한 분노와 서러움을 간직한 인물이다.
국회의사당 테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로 테러 계획에도 가담했던 그는 극 후반부에 이르러 정체가 발각되고 부하의 총에 갑작스러운 최후를 맞는다.
배우 이준혁(36)은 오영석 역으로 드라마 '비밀의 숲',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번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펼쳤다.
21일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오영석의 이른 죽음에 대해 "적게 일하고 좋은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웃으면서 "원작에 따라 사망하는 것까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죽는 것까진 몰랐다"고 밝혔다.

한국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매력에 대해 그는 미국과 한국의 다른 정치적 상황을 꼽았다.
"미국 원작이 가진 상황과 달리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만의 정치적인 사연들이 너무 많은 나라이기도 해서요.
원작이 과감할 수 있고 강력할 수 있는 캐릭터로 포지셔닝했다면 한국판은 그렇게까지 강할 순 없어요.
다만 그 안에서 세밀한 감정들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
극 중 오영석은 북한과의 해전에서 동료 군인들을 잃은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이다.
이른바 '사연 있는 악역'인 셈이다.
드라마는 그런 그의 트라우마를 자세하게 묘사하진 않았다.
"사실 인물이 많이 표현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또 오영석의 과거가 다 표현되면 이건 오영석의 드라마지 박무진의 드라마가 아닐 것 같아요.
사정을 따져보면 누구나 다 사연이 있고 좋은 사람일 수 있어요.
다만 드라마는 박무진의 성장기로 표현해야 하니까 오영석은 스케치하듯 다뤄야 하는 거죠."

이에 대해 이준혁은 "사실 필모그래피 안에서는 선한 역이 더 많고 악역 비중은 작은 편"이라며 웃었다.
"사실 전 악역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신과 함께'에서도 사연이 있는 캐릭터였죠. 그 세계관 자체도 절대적인 악이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었어요.
오영석 캐릭터도 그가 지나온 스토리를 다 보여주면 그렇지 않을까요.
다만 보는 분들은 주인공 캐릭터에 대부분 이입하기 때문에 거기에 반하는 캐릭터가 악역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
이준혁은 2007년 데뷔한 이후로 쉴 새 없이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과 만났다.
그는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는 것을 '친구를 만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에요.
캐릭터가 저 자신과 너무 다른 방향으로 가면 내적으로 싸우기도 해요.
너무 다른 사람을 매일 만나야 하니까.
그 싸움이 끝나고 나면 허무하죠. 연기는 그런 과정인 것 같아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