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우 다나그린 대표 "유사 장기 만드는 세포배양체로 독성시험"
“비임상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동물실험을 세포실험으로 대체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우리 기술은 40조원에 달하는 독성시험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겁니다.”

김기우 다나그린 대표(사진)는 “혈청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심장 간 등 조직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세포외기질(세포가 자라는 구조물)을 개발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10년간 건축 일을 하다가 부인인 주승연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2017년 회사를 세웠다. 주 CTO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다가 본인의 연구를 하기 위해 학교를 중퇴했다. 이후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연구실에 들어가 4년 동안 에이즈 백신을 연구하던 중 3차원 세포 배양 기술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백신을 개발하려면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을 세포를 배양해야 한다”며 “기존 세포 배양 방법은 세포에 물리적·화학적 자극을 계속 주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져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액에서 분리한 혈청에는 실이 복잡하게 엉킨 형태의 단백질이 있다. 다나그린은 엉킨 실타래를 풀 듯 혈청 단백질을 실 모양으로 바꾼 뒤 이를 다시 조직세포의 구조와 비슷하게 재조직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는 “마치 얇은 설탕 실로 솜사탕을 만드는 것처럼 단백질 실을 뭉쳐 세포외기질로 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만든 세포외기질은 혈청 단백질로 이뤄져 있고 조직세포와 구조가 흡사해 체내 환경에 가깝다. 이 때문에 세포가 잘 자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사람과 동물의 장기에서 세포를 제거하는 화학 처리를 한 다음 거기에 환자의 줄기세포를 심어 필요한 조직을 만드는 연구가 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 기술의 문제점은 장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비용이 비쌀 뿐 아니라 세포 배양 효율도 낮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구용 세포외기질 프로티넷을 출시해 대학, 병원, 연구소 등에 공급하고 있다.

다나그린이 가장 먼저 목표로 하는 것은 세포독성시험 시장이다. 김 대표는 “동물실험에서 성공한 신약 후보물질 92%가 임상에서 실패했다”며 “동물실험이 약물의 효과와 독성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독성시험용 심장 및 간 유사체를 개발해 세포독성시험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면 제약사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