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골프 팬 사이에서 ‘스마일 신데렐라’로 불리는 시부노 히나코(21·사진)가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시부노는 5일(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 밀턴킨스에서 막을 내린 AIG여자브리티시오픈(총상금 45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했다. 일본 선수가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1977년 히구치 히사코 이후 42년 만이다.

그는 지난해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데뷔한 신인이다. 일본 내에서도 지난 5월 메이저 대회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JLPGA투어에서 2승을 수확하며 상금 랭킹 2위 자격으로 브리티시오픈에 나온 그가 해외 대회에 출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LPGA 비회원 자격으로 우승한 시부노는 곧바로 LPGA 멤버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올해가 ‘루키 시즌’이 되기 때문에 내년까지 기다렸다가 멤버로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부노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스마일 신데렐라’다웠다. 고진영, 박성현, 모건 프레슬(미국)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경쟁하면서도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다. 이동할 때는 갤러리들과 연신 하이파이브를 해댔다. TV 중계 카메라를 보며 재미있는 표정으로 간식을 먹는 여유도 보였다.

우승을 확정한 뒤에는 “배가 고프다”며 음식을 먹으며 기자회견을 했다. “이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텐데 사실 조용한 삶을 살고 싶다”는 다소 엉뚱한 소감도 내놨다. 그는 “42년 만에 일본 선수가 메이저 대회 우승을 했으니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어떻게 그것을 이뤄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