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그 해변이 수영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
에리트레아에서 온 대니얼 크리스천(21)은 또렷한 목소리로 희망을 말했다.
26일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접영 100m 경기가 펼쳐진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2조 1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 크리스천은 1분00초77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레이스를 뛴 77명의 선수 중 71위. 크리스천의 첫 세계선수권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 자리한 에리트레아는 인구 약 530만명의 작은 나라다.
에리트레아는 이번 광주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선수를 출전시켰다.
조국의 국기를 가슴에 품고 세계적인 스타들과 나란히 물살을 가른 크리스천은 들뜬 표정이었다.
그는 "이곳에 오고 싶어서 오랫동안 준비했다"며 "아직도 꿈만 같다"고 기뻐했다.
이어 "만족스러운 기록과 결과는 아니었지만, 너무도 좋은 경험이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직접 보고 경쟁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전했다.
에리트레아는 국경을 맞댄 에티오피아와 오랜 전쟁을 겪었다.
1952년 에티오피아에 합병된 에리트레아는 30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93년 독립에 성공했다.
그러나 1998년 국경도시 바드메를 둘러싼 전쟁이 발발했고, 양국에서 7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2000년 평화협정이 체결됐으나 갈등은 계속됐다.
꾸준히 국경분쟁을 빚어온 두 나라는 작년 7월에야 공식적으로 종전을 선언했다.
전쟁은 크리스천의 가족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헤어진 크리스천은 전쟁을 피해 케냐로 향했고, 그곳에서 수영을 배웠다.
10살이 되던 해에 덴마크로 떠난 그는 이후에도 수영을 계속했고, 마침내 고향인 에리트레아를 대표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나서는 꿈을 이뤘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1천200㎞에 달하는 아름답고 긴 해변이 있다"며 "이 해변을 이용하려는 내륙의 나라들 때문에 오랫동안 전쟁을 치렀다"고 전했다.
이어 "에리트레아에는 훌륭한 육상 선수도, 사이클 선수도 있지만 유독 수영만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전쟁의 원인이 됐던 해변이 이제는 아이들이 수영선수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수영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