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오픈워터 첫 국가대표 백승호 "바다서 나와의 싸움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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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형 장거리 국가대표 출신…"후배들에게 다양한 길 알려주고파"
'스프린터'에서 '마라토너'로 변신한 임다연 "지구력 약점 스피드로 커버" 바다 위에 설치된 출발대에서 가벼운 체조로 몸을 푼 백승호(29·아산시청)는 물안경을 고쳐 쓴 후 검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넘어 전진하던 그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멀어지더니,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수십 분이 지난 후 서서히 그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물 위로 올라온 그는 먼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부표를 돌아왔다고 했다.
그다지 숨이 가빠 보이지도 않았다.
오픈워터 수영 첫 경기인 남자 5㎞ 경기를 이틀 앞둔 11일, '결전지'인 여수 엑스포 해양공원에서 만난 백승호는 막판 담금질에 한창이었다.
90년생으로 올해 29살인 그는 20대 초반부터 자유형 400m와 1,500m 국가대표로 뛰었다.
국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이었지만,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같은 종목에 박태환이라는 스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태환이 형이 잘 안 나오는 1,500m에서는 1등을 꽤 했지만, 400m에서는 늘 태환이 형이 압도적인 차이로 금메달이었고 나머지 선수들이 2등을 다퉜다"고 했다.
한국은 이번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 오픈워터 본선 티켓을 따냈다.
지난달 선발전을 통해 대표팀 선수 8명을 뽑았고, 백승호는 남자 5㎞에서 1등을 차지해 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는 튀니지의 수영 영웅 우사마 멜룰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멜룰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자유형 1,500m 동메달과 오픈워터 10㎞(수영 마라톤) 금메달을 동시에 목에 걸었다.
한 대회에서 실내·야외 경기 동시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올림픽 역사상 그가 처음이었다.
백승호는 "멜룰리를 보고 경영 장거리와 오픈워터를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후배들에게 장거리 선수로서 다양한 길을 알려주고자 오픈워터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승호는 하루에 13∼14㎞를 헤엄친다.
'물속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오픈워터 종목에 지구력은 필수다.
훈련은 매우 고되지만, 그는 다른 종목에서 느낄 수 없는 오픈워터만의 매력이 이 종목을 계속하게 만든다고 했다.
"컴컴한 바닷속에 들어가면 정말 고독하지만, 그래서 더 온전히 자신과 싸움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힘든 만큼 완주하는 즐거움과 쾌감이 크다"고 전했다.
백승호는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국제대회에서 오픈워터 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던 그는 한국 선수 사상 처음으로 오픈워터 남자 10㎞에 출전했다.
5㎞ 반환점까지 2위를 달렸던 그는 이후 몸싸움에서 밀려 20위권 밖으로 쳐졌다.
뼈아픈 패배였지만 실전 경험이 있다는 것은 백승호의 큰 자산이다.
그는 "자연환경과 경쟁자들이 레이스에 영향을 미치는 오픈워터에서는 시합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기에서 완주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좀 더 노련한 경기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이번 대회 목표는 60여명의 선수 중 30위 안에 드는 것이다.
"일단 이번 대회에서 절반 안에 들고, 계속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려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에 도전해보겠다"고 밝혔다.
여자 10㎞ 대표로 뽑힌 임다연(27·경남체육회)의 이력은 조금 더 특이하다.
그 역시 경영 선수 출신이지만, 장거리 선수가 아닌 자유형 50m와 100m가 주 종목인 단거리 선수였다.
임다연은 "2016년 미국으로 훈련을 하러 갔을 때 멜룰리와 함께 수영한 적이 있다"며 "그때부터 오픈워터 종목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나만 단거리 출신이라 감독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단거리 선수도 장거리 훈련을 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지구력에서 모자란 부분은 스피드로 커버하겠다"고 밝혔다.
임다연은 지난 5월 진행된 여자 수구 대표팀 선발전에도 출전했다.
당시 그는 최종 13인 명단에 들었지만, 오픈워터 대표팀에 뽑히고 난 후 수구팀을 나왔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인 그는 "대회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이 대회에 전념하고 있는 수구 선수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수구 대표팀 하차 이유를 설명했다.
임다연은 "사상 첫 오픈워터 국가대표로서 선수단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선발전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스프린터'에서 '마라토너'로 변신한 임다연 "지구력 약점 스피드로 커버" 바다 위에 설치된 출발대에서 가벼운 체조로 몸을 푼 백승호(29·아산시청)는 물안경을 고쳐 쓴 후 검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넘어 전진하던 그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멀어지더니,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수십 분이 지난 후 서서히 그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물 위로 올라온 그는 먼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부표를 돌아왔다고 했다.
그다지 숨이 가빠 보이지도 않았다.
오픈워터 수영 첫 경기인 남자 5㎞ 경기를 이틀 앞둔 11일, '결전지'인 여수 엑스포 해양공원에서 만난 백승호는 막판 담금질에 한창이었다.
90년생으로 올해 29살인 그는 20대 초반부터 자유형 400m와 1,500m 국가대표로 뛰었다.
국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이었지만,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같은 종목에 박태환이라는 스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태환이 형이 잘 안 나오는 1,500m에서는 1등을 꽤 했지만, 400m에서는 늘 태환이 형이 압도적인 차이로 금메달이었고 나머지 선수들이 2등을 다퉜다"고 했다.
한국은 이번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 오픈워터 본선 티켓을 따냈다.
지난달 선발전을 통해 대표팀 선수 8명을 뽑았고, 백승호는 남자 5㎞에서 1등을 차지해 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는 튀니지의 수영 영웅 우사마 멜룰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멜룰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자유형 1,500m 동메달과 오픈워터 10㎞(수영 마라톤) 금메달을 동시에 목에 걸었다.
한 대회에서 실내·야외 경기 동시 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올림픽 역사상 그가 처음이었다.
백승호는 "멜룰리를 보고 경영 장거리와 오픈워터를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후배들에게 장거리 선수로서 다양한 길을 알려주고자 오픈워터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승호는 하루에 13∼14㎞를 헤엄친다.
'물속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오픈워터 종목에 지구력은 필수다.
훈련은 매우 고되지만, 그는 다른 종목에서 느낄 수 없는 오픈워터만의 매력이 이 종목을 계속하게 만든다고 했다.
"컴컴한 바닷속에 들어가면 정말 고독하지만, 그래서 더 온전히 자신과 싸움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힘든 만큼 완주하는 즐거움과 쾌감이 크다"고 전했다.
백승호는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국제대회에서 오픈워터 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던 그는 한국 선수 사상 처음으로 오픈워터 남자 10㎞에 출전했다.
5㎞ 반환점까지 2위를 달렸던 그는 이후 몸싸움에서 밀려 20위권 밖으로 쳐졌다.
뼈아픈 패배였지만 실전 경험이 있다는 것은 백승호의 큰 자산이다.
그는 "자연환경과 경쟁자들이 레이스에 영향을 미치는 오픈워터에서는 시합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기에서 완주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좀 더 노련한 경기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이번 대회 목표는 60여명의 선수 중 30위 안에 드는 것이다.
"일단 이번 대회에서 절반 안에 들고, 계속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려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에 도전해보겠다"고 밝혔다.
여자 10㎞ 대표로 뽑힌 임다연(27·경남체육회)의 이력은 조금 더 특이하다.
그 역시 경영 선수 출신이지만, 장거리 선수가 아닌 자유형 50m와 100m가 주 종목인 단거리 선수였다.
임다연은 "2016년 미국으로 훈련을 하러 갔을 때 멜룰리와 함께 수영한 적이 있다"며 "그때부터 오픈워터 종목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나만 단거리 출신이라 감독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단거리 선수도 장거리 훈련을 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지구력에서 모자란 부분은 스피드로 커버하겠다"고 밝혔다.
임다연은 지난 5월 진행된 여자 수구 대표팀 선발전에도 출전했다.
당시 그는 최종 13인 명단에 들었지만, 오픈워터 대표팀에 뽑히고 난 후 수구팀을 나왔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인 그는 "대회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이 대회에 전념하고 있는 수구 선수들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수구 대표팀 하차 이유를 설명했다.
임다연은 "사상 첫 오픈워터 국가대표로서 선수단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선발전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