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사진=AFP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굽힐줄 모르던 중국 화웨이가 노트북 신제품 출시를 포기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 영향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트북에 이어 향후 화웨이의 주력인 스마트폰에도 생산 차질 문제가 생기면 화웨이는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IT 기업들이 받는 타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상무부의 제재로 인해 예정돼 있던 신형 노트북 출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화웨이는 이번 주 상하이에서 열린 ‘CES아시아’에서 ‘메이트북’ 시리즈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위 CEO는 제품 출시 연기 이유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자국 기업들과 화웨이 계열사들의 거래를 막았기 때문”이라며 “제재가 오래 이어진다면 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의 주력 사업은 통신기기 부문이지만 스마트폰과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 등 소비자 부문 사업이 급부상하며 지난해 화웨이 사업 분야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특히 화웨이는 PC 사업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애플과 HP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슈+] 美 제재에 노트북 접은 화웨이…스마트폰도 피할수 없다
미 상무부는 미국산 부품 또는 기술을 25% 이상 사용하는 자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할 경우, 필수적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조치로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인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사인 구글 등이 화웨이와 거래하기 어려워졌다. 이번에 출시될 예정이던 ‘메이트북’도 MS의 윈도 운영체제와 인텔 칩을 사용한다. MS와 인텔 모두 미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스마트폰에도 미국 기업의 부품과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미국의 화웨이 제재 영향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 차질이 현실화된다면,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반도체 등을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IT 기업들은 수출 실적에서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2위 화웨이의 부재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화웨이의 공백을 다른 제조사들이 채울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미중무역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국내 글로벌기업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게 뻔하다"며 "이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화웨이 제재 장기화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