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왼쪽)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왼쪽)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의 정치 개입, 불법사찰 의혹을 받는 강신명(55)·이철성(61) 두 전직 경찰청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15일 오전 강·이 전 청장은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10시22분께 법원에 도착한 강 전 청장은 '불법 선거개입 혐의를 인정하느냐' 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과 제 입장에 대해 소상하게 소명하겠다. 법정에서 성실히 진술하겠다"며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두 전 청장과 함께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박화진(56) 현 경찰청 외사국장, 김상운(60)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도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10일 강 전 청장 등 4명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4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해 친박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은 지역 정보 경찰 라인을 활용해 친박 후보들이 어느 지역구에 출마해야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공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 현안들을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강·이 전 청장 등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2∼2016년 차례로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일하면서 청와대·여당에 비판적인 세력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하는 등 위법한 정보수집을 한 혐의도 받는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강원사무소 설치 저지 등 인권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를 낳을 만한 내용의 문건들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정보국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 동향을 사찰해 청와대에 대응 방안을 보고하는 문건도 생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에는 친정부적인 보도 기조를 위해 방송사 사장으로 우파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거나 당시 야당이 추천한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선임 거부 기조를 유지하란 주문 등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고 상임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국회에서 여야 의원 절대다수가 추천 동의한 저에 대한 자격 시비와 임명 거부 논란의 본질은 박근혜 청와대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악용해 벌인 '정치공작'"이라며 "거짓의 위장막이 조금 더 벗겨지기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구속 여부를 가리는 영장심사에서는 구속의 필요성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전직 경찰 수장 두 명의 구속영장이 동시에 청구되자 경찰 쪽에서는 의도적인 '망신주기'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검찰은 "공무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은 민주 사회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사건처리 시점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경찰 정보라인과 청와대의 연락책 역할을 한 박기호 전 경찰청 정보심의관과 정창배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구속영장을 지난달 26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검찰은 "'직급상 가담 정도가 중하지 않다'는 취지의 기각"이었다며 "보완 조사를 하고 신중히 판단한 결과 기각된 대상자의 윗선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