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비결은 '워라밸 골프'…우승만큼 재충전 시간도 중요하죠"
‘이겨낼 수 있을 만큼, 딱 그만큼.’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사진)은 모바일 메신저에 이 같은 문구를 적어놨다. 선배들이 골프에 ‘올인’하는 삶을 살았다면 요즘 ‘신세대 골퍼’들은 삶과 일의 균형에 무게를 둔다. 고진영도 이런 ‘워라밸’을 중시한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기간임에도 계획한 대로 고국에 들어와 휴식을 택했다. 고진영은 3일 “서두르다 넘어진 적이 많았다. 세계랭킹 1위에 생각보다 빨리 오른 건 오히려 서두르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며 “이번에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진영은 지난 3월에도 휴식차 귀국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그의 위상은 180도 달라졌다. 당시 “빨리 시즌 첫 승을 거둬 한국 선수들의 우승 랠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던 그다. 그는 이제 세계랭킹 1위다. 벌써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2승을 거뒀다. 고진영은 “올 시즌 목표가 세계랭킹 5위 안에 드는 것이었는데 정말 빠르게 1위라는 자리가 찾아왔다”며 “그럼에도 1위가 되고난 뒤 달라진 건 없다. 똑같이 밥 먹고 골프장 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고진영이 한국을 찾은 기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머세드GC에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다. 이 대회에는 지난주 LA오픈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2위로 도약한 호주 동포 이민지가 출전 중이다.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이민지는 고진영을 넘어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둘의 랭킹 포인트 격차는 0.52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는 “LA오픈 이후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다”며 “세계 1위 자리의 주인은 항상 바뀌기 때문에 자리에 집착하기보다는 내 루틴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지가 우승한 LA오픈 때 같이 밥을 먹었는데 축하 인사를 건넸다”며 “계속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다”고 전했다.

고진영의 진짜 목표는 2020도쿄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다. 세계랭킹 상위권을 유지한 뒤 자력으로 출전권을 얻으려 한다. 고진영은 “(박)인비 언니가 금메달을 딴 순간을 보고 올림픽에 대한 꿈을 꿔왔다”며 “꿈이 한 걸음 더 현실로 다가온 만큼 꼭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