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즌 흥행몰이


극 중 등장하는 경찰과 검찰은 ‘쓰레기’로 묘사된다. ‘쓰레기 공권력’은 욕설과 폭력을 남발하고 무고한 생명을 함부로 짓밟는다. 세월호 침몰로 학생들이 숨진 원인도 쓰레기 공권력이란 사실을 암시적으로 고발한다. 조필호보다 더 악질은 비행 기업가들의 하수인이다. 자본의 노예가 되는 순간 얼마든지 인성이 망가질 수 있다는 현장을 포착했다. 박해준은 악질경찰보다 더 나쁜 최악의 캐릭터를 맡았고, 소녀 역 전소니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릇된 욕망을 비판하기보다 한탕주의 모험을 찬미하는 오락성 짙은 작품이다. 다양한 금융거래기법과 머니게임의 현주소를 음미해볼 기회다. 거래기법을 모른 채 게임의 관점에서 봐도 무방하다. 실제 주식 브로커 출신인 장현도의 소설 ‘돈: 어느 신입사원의 위험한 머니 게임’이 원작이다. 박 감독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 건지 자문하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연출 배경을 밝혔다.
이수진 감독의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구명회(한석규 분)와 아들의 죽음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추적하는 아버지(설경구 분)의 이야기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면서 사고 현장에 있다가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 분)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난다. 세 인물은 자신의 목적에만 충실하게 눈과 귀를 가리고 맹목적으로 움직인다. 일종의 우상에 빠진 모습이다. 이들은 모두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변해간다. 근사한 외관 아래 숨겨진 추악한 내면, 피해자인 줄 알았더니 가해자였고 가장 연약한 인간이기에 가장 극악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이 스스로 우상을 맹신하지 않았는지, 외양에 속아 진실을 외면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