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향기는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쌍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세 살 때 광고 모델로 데뷔해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지난해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김향기가 이번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소녀로 열연했다.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증인’(13일 개봉)에서다.

“시나리오에서 따뜻함이 느껴져 이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고요. 그래서 장애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먼저였죠. 감독님이 보내준 영상을 통해 그들의 시선, 발작을 일으키거나 심리적 압박이 왔을 때의 행동 등을 유심히 봤어요. 책과 영화도 참고했고 직접 찾아가 만나기도 했습니다.”

김향기는 “영상은 자폐인들의 특성을 중심으로 편집돼 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완전히 달랐다”고 했다. 각기 다양한 모습이었던 것. 김향기는 “그들은 나, 우리와 다른 것이 아니라 각자 모두 다른 사람일 뿐”이라며 편견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껏 자신과 그들의 사고방식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서다. 그는 “(그들이) 어떤 일탈적인 행동을 할 때 ‘다가가기 힘들겠구나’ 하고 단정짓기만 했지, 한 번도 ‘왜 그럴까’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향기 "자폐 소녀 연기하며…그들도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김향기는 촬영 현장에서 감독, 배우들과 맞춰가며 자폐 소녀 지우를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감독의 조언에 따라 시나리오에 얽매이지 않고 연기했다. 영상이나 만남을 통해 본 것을 표현한다기보다 상황에 따라 지우가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즉석에서 나오는 대로 표현했다. 김향기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알게 됐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까지 생겨 뿌듯하다”며 “특히 스무 살이 된 올해 처음 선보이는 영화가 ‘증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성인 배우로 발돋움하고 있는 김향기. 그는 “(아역) 이미지가 굳어질까 고민한 적이 있지만 그걸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은 아니다”며 “좋아하는 연기를 계속하고 있고 늘 배우는 게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또 “영화와 드라마가 기술적인 부분, 장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발전하고 있어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면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쌍천만 배우’ ‘여우조연상’ 등의 타이틀과 함께 쏟아진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김향기는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부담스럽긴 하다”면서도 “그렇다고 일부러 변화를 주려 한다거나 더 잘 보이고 싶어서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하면 빨리 지칠 것 같아서다. 그는 “지금 연기하는 게 좋고 연기가 하고 싶은 이 마음을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새내기가 되는 김향기는 대학 입학을 앞둔 여느 스무 살과 달랐다.

“떨리긴 하지만 환상이나 로망은 없습니다. 대학생활을 한 언니, 오빠들이 별다를 거 없다고 하더라고요. 환상을 품고 있다가 실망하기보다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으려고요. 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상반기 방송 예정)에 출연하게 됐어요. 4년 만의 드라마 복귀인데 학교생활과 병행해야 해서 건강관리를 잘하려고 합니다.”

노규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