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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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를 고쳐달라는 학생의 요구가 '서울공화국'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담임 선생님께 사투리를 고쳐달라고 했더니"라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 씨는 "고등학교 2학년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저희 담임인 과학 선생님이 진짜 경상도 사투리가 심하다"며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고, 몇몇 친구들도 그렇다고 하길래 선생님께 '사투리 좀 고쳐줄 수 있으시냐'고 말씀드렸는데 오히려 화를 내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A 씨는 "선생님은 '내가 가르쳐서 서울대 간 애도 있는데, 내 발성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하시는데, 여긴 서울이고 다들 표준어를 쓰며 살아와서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다"며 "선생님은 '27년을 부산에서 살았고, 한 번도 사투리로 지적받은 적이 없다'는 말만 반복 하신다"고 적었다.

또 "선생님은 '내가 안 무섭냐', '세상이 물러졌다지만 넌 정말 싹수가 없다', '네가 뭔데 사투리를 고치라 마라 하느냐' 등의 말을 했다"며 "선생과 학생은 누가 위에 있고, 아래에 있는 관계가 아닌데 수업을 듣는 학생 입장에서 사투리가 듣기 힘들다는데 고쳐달라는 말도 못하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A 씨의 글에 몇몇 네티즌들은 "고향에 있다가 다른 지역에 갔을 때, 대부분 그 지역 말투를 배워서 쓰는데 유독 경상도 출신 남자들이 사투리를 그대로 쓰려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학생 말투가 예의없긴 하지만 충분히 건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학생 자체가 사투리를 비하하고, 지방에서 온 사람들을 계몽해야 한다는 의식이 내포돼 있는 것 같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서울 쏠림, 서울 공화국 논란까지 번진 것. 경제, 정치, 문화 뿐 아니라 교통과 병원까지 서울 중심인 탓에 "지방이 서울의 속국이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A 씨의 글이 불을 지폈다.

몇몇 네티즌들은 "나중에 교수나 직장 상사한테도 저렇게 말할 수 있나 보자", "남들은 다 알아듣는데, 유독 본인만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건 본인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사투리를 고치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본인이 사투리를 배우면 될 거 아니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A 씨의 사투리 비하 반응엔 대중문화에서 서울 이외 지역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방을 배경으로 해도 주인공들은 표준어, 그들의 시중을 드는 사람이나 깡패, 건달은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무시하는 문화를 조성해왔다는 것.

실제로 전라남도는 2010년 한국방송작가협회에 "사투리는 지역의 넋이 밴 정서·문화이자 뼈와 살인데도 요즘 영화·드라마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비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과 교수는 저서 '방언의 발견'을 통해 "사투리가 푸대접을 받게된 건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가 식민지 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할 목적으로 표준어를 제정했기 때문"이라며 "근대계몽기의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국가 주도의 표준어 정책 아래 방언은 교정해야 할 말, 공식적이지 못한 언어로 억압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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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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