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플래시댄스'] 파격적인 춤…영화보다 더 진한 감동
파격적이고 화려한 춤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배우들의 고난도 춤사위는 익숙한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노래)와 어우러져 ‘댄스 뮤지컬’의 정수를 보여줬다.

지난 18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팀의 내한 뮤지컬 ‘플래시댄스’(사진) 얘기다. 이 작품은 1983년 개봉한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알렉스는 낮에는 용접공, 밤에는 나이트클럽 댄서로 일한다. 그는 온갖 고난에도 꿈을 잃지 않고 명문 시플리 아카데미에 진학하기 위해 오디션을 준비한다.

뮤지컬에서는 알렉스의 비중이 영화에 비해 더 높았다. 알렉스 역을 맡은 샬롯 구치는 많은 대사와 넘버를 안정적으로 해내면서도 시종일관 뛰어난 춤 실력을 뽐냈다. 특히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댄스 아카데미 오디션 장면을 잘 소화했다. 처음에 긴장한 듯 실수를 하지만,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춤의 강도를 높여나가야 하는데 이 연기를 매끄럽게 해냈다. 춤을 추다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맞는 영화 속 명장면도 재현해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왓어필링(What a Feeling)’ ‘아이러브로큰롤(I Love Rock’ N Roll)’ ‘매니악(Maniac)’ 등 영화 속 명곡들도 주요 넘버로 활용됐다. 마지막 커튼콜에선 모든 배우가 무대에 올라 춤을 추며 이 넘버들을 불렀다. 관객들은 함께 몸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며 즐겼다. 알렉스를 사랑하는 닉 역할을 맡은 앤디 브라운은 팝 밴드 ‘로슨’의 리드싱어인 만큼 달콤한 음색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댄스 뮤지컬만의 단점도 드러났다. 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영화보다 스토리가 약해졌다. 특히 초반에 알렉스의 꿈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극이 느슨하게 진행됐다. 닉과의 러브스토리도 비중이 줄어들면서 사랑의 감정을 충분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무대 구성도 단순했다. 철제 계단과 작은 스크린을 활용하는 정도였다. 대극장에 걸맞은 거대한 스케일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무대 곳곳에 빈 공간이 많아 아쉬워했다. 다음달 17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