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백 디오 대표(사진)는 부산 해운대구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올해 디지털 덴티스트리 완성도를 80%까지 끌어 올렸고 내년에 완성하는 게 목표"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임플란트 업계 3위인 디오의 지난해 매출액은 945억원이다. 3978억원을 기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23% 수준이다. 임플란트 업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덴티스트리에 집중해 역전을 노리겠다는 게 디오의 전략이다.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의사의 임상 경험에 의존한 기존 임플란트 시술법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 3D 컴퓨터단층촬영(CT)과 구강스캐너로 환자의 구강을 촬영한 뒤 컴퓨터 모의시술을 통해 최적의 임플란트 식립 경로를 찾는다. 그 다음 3D프린터로 서지컬 가이드를 출력한다. 서지컬 가이드는 임플란트를 심을 구멍이 뚫린 보조기구다.
김 대표는 "의사는 서지컬 가이드를 시술 부위에 끼우고 거기에 맞게 구멍만 뚫으면 된다"며 "임플란트 시술 경험이 부족한 의사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방법에 비해 시술 시간이 25분에서 5분으로 단축되고 내원 횟수도 3~4회 줄어든다"며 "절개를 최소화해 회복이 빠를 뿐 아니라 환자 특성에 맞게 시술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잇몸뼈에 뚫은 구멍에 임플란트를 심고서 임플란트와 잇몸뼈가 서로 붙을 때까지 기다린다. 이를 골융합이라고 한다. 디오가 올해 내놓은 UV임플란트는 골융합에 걸리는 시간이 한 달밖에 안 된다. 타사 제품은 3~6개월 소요된다. 김 대표는 "2011년 말에 개발하기 시작한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UV임플란트를 출시할 수 있었다"며 "세계 1위 업체 스트라우만의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골융합이 끝나면 밀링머신으로 제작한 크라운을 씌운다. 내년에는 이 크라운까지 3D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오는 지난해부터 치과용 3D프린터를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통해 제작하고 있다. 내년 초 CT와 구강스캐너 영상을 중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한다. 자체 보유한 시술 데이터 20만 건을 학습시킨 알고리즘이 탑재된 임플란트 모의시술 프로그램도 내년 말에 내놓을 계획이다.
관건은 크라운을 출력하는 데 쓰일 3D프린터용 잉크 재료다. 그는 "강도가 치아와 동등해야 하고 시술 뒤 입 안에서 변질되지 않아야 해 까다롭다"며 "현재 재료 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디오는 디지털 덴티스트리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 서울 마곡에 연구소를 착공할 예정이다.
그 결과 타사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게 디오가 자체적으로 내린 평가다. 김 대표는 "본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 임플란트 교육 과정인 '디오 디지털 아카데미(DDA)'가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DDA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뉴욕대 치대와 덴마크의 글로벌 치과용 기기 기업 쓰리셰이프(3Shape)와 공동 개설한 커리큘럼이다.
이를 이수하면 뉴욕대 치대로부터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본사에 있는 실습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갖춘 최첨단 교육실에서 매년 70회 진행된다. 여기에 참여하는 치과의사 수는 매년 500명가량이다. 또 해외 10여 개국에서 세미나, 강연, 라이브 서저리 등 교육 프로그램을 200회 이상 열고 있다.
그는 "우리 기술을 타사가 따라하지 못하는 이유는 디오나비가 간단한 시술이 아니라 복잡한 기술이기 때문"이라며 "국내외 의사들이 디오나비를 한 번 써보면 편리해 기존 시술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현재 디오나비를 도입한 치과는 국내에 1500여 곳, 해외에 1000여 곳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해 대비 300% 증가했다. 디오는 해외 시장, 특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상위 치과병원에 제품을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60%인 수출 비중을 5년 안에 90%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사들은 저가 전략으로 중하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우리는 상위 10~20% 시장을 노릴 것"이라고 밝혔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