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기 두 배 늘려 생산 확대
"美 시장 경험 살려 中 진출"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생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0월 초 연중 최고인 배럴당 76달러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금은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34%나 폭락한 상태다. 안 부장은 “이미 생산 중인 유정(油井)은 배럴당 10달러대에도 문제가 없다”며 “유가 영향을 받는 건 새로 뚫는 유정인데 배럴당 40~50달러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내년엔 네마하 광구는 물론 인근 플리머스 광구에서도 잇따라 신규 시추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하루평균 5700배럴가량인 두 광구의 원유 생산량을 장기적으로 하루 2만~3만배럴 수준으로 늘린다는 게 SK의 목표다.
SK가 유가 급락에도 석유개발을 확대할 수 있는 힘을 기른 건 ‘비싼 수업료’를 치른 덕분이다. SK는 2014년 3억6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해 플리머스 광구 운영권을 사들였다. 지분투자만으론 수익성은 물론 석유개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곧바로 시련이 닥쳤다. 당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 유가가 몇 달 뒤 2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치면서다. 북미 석유사업은 한동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SK는 사업을 철수하지 않았다. 대신 석유시추 기술을 개발하고 지질 분석 능력을 키웠다.
이런 힘든 경험은 SK가 올해 두 번째로 셰일오일 광구(네마하 광구) 운영권을 인수한 배경이 됐다. SK는 네마하 광구에 총 4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김태원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부문 북미사업본부장은 “북미 (석유개발) 업체들은 노하우는 전혀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지분 투자를 위한) 돈만 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겁 없이 (운영사로) 들어와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결국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 중 유일한 아시아 회사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SK는 미국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중국 셰일오일 사업 진출도 노리고 있다. 아직까지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게 흠이지만 중국 정부가 셰일오일 개발에 관심이 많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오클라호마시티=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