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권력·자본의 불균형…엽기적 조형미술로 들춰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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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아트' 개척자 한효석 교수, 아트사이드서 개인전
‘호러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한효석 인천대 교수(46)는 어린 시절 경기 평택 미군기지 주변에서 컸다. 백인도 아니고 황인도 아닌 혼혈아가 가끔씩 그의 눈에 띄었다. 이들은 동네 아이들의 놀림 대상이었다. 소와 돼지 축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동네 정육점보다 싼 가격으로 미군기지에 고기를 공급했지만 사료 값이 폭등하자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인종차별의 아픔과 소상공인, 농민의 고통 등을 피부로 체험한 것이다.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고향에 작업실을 차린 그는 ‘공포아트’라는 독특한 장르를 통해 세상의 균형과 형평을 시각화하는 데 매달렸다.
다음달 18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리는 ‘한효석-불평등의 균형’전은 자본주의의 사회 구조적 현상과 모순을 엽기적인 화법으로 표현해온 작가의 예술 철학과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한 교수는 그동안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얼굴의 껍질을 벗긴 작품, 실제 크기의 돼지를 천장에 매달아 도살장 같은 전시장 분위기를 연출한 작품, 고통스러운 얼굴조각 등을 쏟아내며 인종차별, 생명, 사회구조에 관한 문제들을 다뤄왔다. 4년 만에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미군 병사인 백인과 흑인을 모델로 한 작품을 비롯해 얼굴 조각, 추상회화 등 20여 점을 걸었다.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와 존엄이 위협받는 현대 산업시대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들이다. 한 교수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대상을 통해 지배권력에 존엄성을 위협받는 현실을 담아냈다”며 “비록 작품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가치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했다.
흰 벽에 설치된 작품들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극한의 공포감을 자아낸다. 전시 주제를 따온 작품 ‘불평등의 균형’은 평택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미군 병사를 모델로 제작한 작품이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두 사람의 벌거벗은 신체를 조형화한 뒤 긴 막대 양 끝에 밧줄로 목을 매달았다. 백인 병사 신체에는 검은색을, 흑인 병사 신체에는 하얀색을 칠해 차별과 편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7명의 얼굴 조각을 쌓아 놓은 작품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는 목만 덩그러니 남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들을 잡아냈다. 한 교수는 새롭게 선보이는 회화 작업 ‘완벽한 추상’ 시리즈를 들고나왔다. 2000년대 초 선보인 ‘Trauma의 묵시(默示)’ 시리즈에 나타난 얼굴의 스크래치(트라우마)를 소재로 삼았다. 극사실적 표현 방법을 사용한 구상작품이 모호한 추상으로 진화한 게 색다르게 다가온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다음달 18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리는 ‘한효석-불평등의 균형’전은 자본주의의 사회 구조적 현상과 모순을 엽기적인 화법으로 표현해온 작가의 예술 철학과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한 교수는 그동안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얼굴의 껍질을 벗긴 작품, 실제 크기의 돼지를 천장에 매달아 도살장 같은 전시장 분위기를 연출한 작품, 고통스러운 얼굴조각 등을 쏟아내며 인종차별, 생명, 사회구조에 관한 문제들을 다뤄왔다. 4년 만에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미군 병사인 백인과 흑인을 모델로 한 작품을 비롯해 얼굴 조각, 추상회화 등 20여 점을 걸었다.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와 존엄이 위협받는 현대 산업시대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들이다. 한 교수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대상을 통해 지배권력에 존엄성을 위협받는 현실을 담아냈다”며 “비록 작품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가치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했다.
흰 벽에 설치된 작품들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극한의 공포감을 자아낸다. 전시 주제를 따온 작품 ‘불평등의 균형’은 평택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미군 병사를 모델로 제작한 작품이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두 사람의 벌거벗은 신체를 조형화한 뒤 긴 막대 양 끝에 밧줄로 목을 매달았다. 백인 병사 신체에는 검은색을, 흑인 병사 신체에는 하얀색을 칠해 차별과 편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7명의 얼굴 조각을 쌓아 놓은 작품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는 목만 덩그러니 남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들을 잡아냈다. 한 교수는 새롭게 선보이는 회화 작업 ‘완벽한 추상’ 시리즈를 들고나왔다. 2000년대 초 선보인 ‘Trauma의 묵시(默示)’ 시리즈에 나타난 얼굴의 스크래치(트라우마)를 소재로 삼았다. 극사실적 표현 방법을 사용한 구상작품이 모호한 추상으로 진화한 게 색다르게 다가온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